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유명 미술학원에서 근무했던 A씨는 최근 학원 앞에 붙은 광고 현수막을 보다 깜짝 놀랐다. 한 수도권 대학 입시에 떨어진 학생 몇 명의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버젓이 올라 있었기 때문. 그 가운데는 수시 1차에 합격했다가 2차에서 탈락한 학생과 합격 예비 후보자 1번이던 학생도 합격자로 적혀 있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의 탈락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A씨는 "학원이 광고 효과를 높이려 거짓 광고를 서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학원들이 학원 홍보를 위해 대학 합격자 명단을 거짓으로 쓰거나 과장한 광고 현수막을 내걸어 학생과 학부모를 현혹하고 있다. 상당수 학원이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둔갑시키거나 비 수강생 이름까지 내걸어 합격자를 배출한 것처럼 속이는 일도 있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을 악용, 과거 합격생의 이름까지 가져와 합격자를 부풀리는 곳도 있다.
학원의 허위'과장 광고가 독버섯처럼 확산하자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2월 대구지역 58개 학원을 점검, 다른 학원의 실적 일부를 가져다 쓰거나 강사 이력을 속인 3곳을 적발해 경고하고, 학생의 동의 없이 명단을 작성해 게재한 4곳 등 7곳에 현수막 철거 명령을 내렸다.
대구 중구 남산동 한 미술학원 강사 이모 씨는 "학원 협회 차원에서 과도한 광고 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학원에 요청하고 있지만 학생 선점을 위한 학원 간의 그릇된 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 프랜차이즈 학원은 합격자 명단을 본점과 분점을 구분 짓지 않고 공유하고, 신생 또는 소규모 학원은 유명 학원의 협조를 얻어 마치 자기 학원에 다녀 유명 대학에 합격한 것처럼 꾸미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옴에 따라 학원들의 허위'과장 광고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확인이 쉽지 않아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스럽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이 보유한 수강생 명단과 광고 현수막의 합격자 명단을 대조해 수강생인지 아닌지를 가리지만 합격 여부까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고 했다.
광고법에 의하면 학원의 이 같은 광고가 소비자의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면 학원에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구 공정거래사무소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학원이 (합격자) 통합 광고를 하려면 지점을 정확하게 밝혀야 하고 합격자 명단 역시 정시인지 수시인지, 또 수시 몇 차 합격인지 등을 구분해 명시해야 한다"며 "허위'과장 광고임이 드러나면 1차 시정명령, 2차 운영정지, 3차 등록말소에 처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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