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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나는 글자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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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1965~ )

나의 어머니는 알베르 까뮈의 어머니처럼 글자를 모른다

귀가 어둡고 말이 어눌하고 글자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 대신 농사일 같은 걱정을 쓰신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받아서 글자를 쓴다

오기로 쓰고 용기로 쓰고 나침반으로 쓰고 운명으로 쓴다

날씨를 쓰고 불안을 쓰고 배경을 쓰고 희망을 쓴다

상처도 정보도 대출 이자도 쓴다

마침내 배수진으로 쓴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배수진으로 치느라고 글자를 칼을 갈 듯 쓴다

-,2012년 겨울호.

진정성이라는 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맹문재 시인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때, 그때에만 쓰라고 했다. 글이 글을 위한 글이 아니라, 표현하지 아니하면 죽을 만큼 절실한 표현의 욕구에서 나온다는 말일 것이다. 맹문재 시인의 글쓰기도 그런 절실함에서 출발한다.

화자의 어머니는 알베르 까뮈의 어머니처럼 글을 모르신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의 예덕 선생도 글을 모른다. 똥을 푸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남들이 천하게 여기는 일을 하면서도 덕을 실천하는 분이라 서당의 훈장님도 그를 높여서 예덕 선생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무식군자(無識君子)다. 명문학교 나와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이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글은 모르면서 오히려 높은 인품을 지닌 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 시 속의 어머니가 그런 분이시다.

시인은 지난봄 그가 재직하는 대학의 학생들을 데리고 어머니가 사시는 시골집에 엠티를 다녀온 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어머니의 삶을 배우게 하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그런 어머니의 삶을 배수진으로 칼을 갈듯이 글을 쓴다. 그의 시로 쓴 시론이라 할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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