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해무' 배우 가수 박유천

선원으로 첫 스크린 데뷔 "사투리 연기 정말 어려웠어요"

13일 개봉한 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28)은 사투리 연기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전진호 선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바다의 안갯속에서 밀항자를 태워 가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해무'의 배경이 전라남도 여수였기 때문이었다.

"사투리 연기를 잘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어느 정도 괜찮게 연기했다고는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요. 어색하지 않으려고 정말 연습을 많이 했는데…. 액션 같은 경우는 될 때까지 하면 되는데 사투리는 적응 안 되면 처음부터 안 되는 거잖아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죠."(웃음)

김윤석과 김상호, 유승목 등 극 중 전진호 선원들로 나온 선배들은 박유천의 연기를 칭찬했다. 특히 사투리 연기도 일품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본이었다고 생각한 것을 계속 신경 쓴 박유천은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선원이니 배에도 적응해야 하는 것이 힘들긴 했다. 70%가량을 실제 바다에서 촬영했으니 추위도 견뎌야 했고, 배라는 존재에 대한 공포감도 이겨내야 했다. 겨울 바닷속 추위 등 위험 요소로 손발이 마비되고 입술이 파래지는 공포도 느꼈다. 그는 "'그런 순간이 몇 초 안 됐지만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고, 현재 영화는 관객을 찾고 있다.

'해무'는 시작과 끝의 분위기가 다르다.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과 조선족 여인 홍매(한예리)의 베드신이 그 기점이다. 일부 관객에게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일 수 있다. 죽음의 순간에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이라니…. 인터넷을 살펴보면 일부 팬들은 두 사람의 노출을 기대하는 시선도 보인다.

"그 장면은 정말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제(기관장 완호 역의 문성근)가 죽는 모습을 보고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한 것이죠. 죽음이라는 문턱 앞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혼자 있었다면 감당하지 못했겠지만 홍매와 같이 있으니 벌어질 수 있었겠죠. 물론 높은 수위는 아니잖아요? 노출이 중요한 장면도 아니었고요. 하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서인지 뭔가를 기대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을 맡았고, 봉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 작가로 참여한 심성보 감독이 연출가로 데뷔해 시선을 끌기도 한 작품이다. 박유천은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는 게 매우 큰 복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즐거워했다.

특히 현장과 사석에서 몇 차례 만난 봉 감독과 관련해 "'나중에 소주 한잔 하자'고 하셨다. 평범한 말인데 남다르게 와 닿았다"며 "일반적으로 많은 분이 습관적으로 '나중에 같이 또 작품 하자'라고 하는데 봉 감독님은 말씀을 안 하시더라. 하지만 그런 말을 허투루 하시는 분은 아니신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불러주시면 더 감동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대선배 김윤석과의 호흡도 잊을 수 없다. "현장에서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어요. 연기 준비하는 모습 보면서 많은 걸 느꼈죠. 그런 집중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깜짝 놀랐어요. 정말 멋있는 분이세요. 봉준호 감독님과 김윤석 선배님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눈빛이나 웃음으로 모든 걸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물론 '해무'의 심성보 감독님도 좋으신 분이었고요."

극 중에서 사랑을 나눈 한예리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보기에는 연약해 보이는데 반대의 모습이 있어서 매력적이었어요. 예리 씨는 마지막에 캐스팅됐다고 하는데 열정이 엄청나더라고요. 여자 분이라서 힘들었을 텐데 체력이 굉장해요. 깜짝깜짝 놀라면서 따라가기도 했죠."(웃음)

박유천은 "'해무'에 참여한 게 잘한 선택이었다"고 들떠 있었다. 드라마 '쓰리데이즈' 일정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집중했다. 최대한 시간을 쪼개서 사용했다. 앞서 '쓰리데이즈'의 손현주 등 출연진도 박유천의 의지와 투지를 칭찬해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궁금하고 호기심이 가득해서 선택한 작품인데 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된 걸 보고 내가 선택한 게 '해무'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흥행이 되면 좋지만 안 되어도 이번엔 잘한 선택 같아요."

박유천을 비롯해 JYJ 멤버들은 곧 입대한다. 그는 입대도 걱정이겠지만, 돌아와서도 이제껏 보여준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솔직히 돌아와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려고요. 노래는 다른 멤버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연기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10년 정도 활동을 하면서 지치기도 했는데 군대에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때를 잘 활용해야 앞으로 제 삶에 차질이 없다고 생각해요."

JYJ는 오랜만에 콘서트(9일 시작, 8개 도시 아시아 투어)로 팬들을 찾고 있다. 그는 "오랜만에 내 목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들리니, 늘 해 왔던 건데도 낯설고 신선했다"며 "다행히 감을 찾고 나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해무' 홍보로 연습을 잘하지 못해 다른 멤버들에게 묻어가야 할 것만 같다"고 웃었다.

여전히 누군가는 '아이돌이 무슨 연기야?'라는 시선을 보낸다. 많은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치며 인정을 받아왔는데도 이런 편견이 있다. 하지만 박유천은 선입견과 편견을 애써 깨고 싶지는 않다. "제가 부족하니깐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어요. 하지만 전 사람들의 시선에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나이를 먹고 나중에라도 그런 이야기는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는 잘한다는 소리만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하려면 다양한 의견까지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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