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의 영진화학공업㈜은 조그마한 구멍가게로 시작해 매출 180억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영진화학공업은 제품 유통에서 제조로 영역을 확대한 뒤 계열사를 두면서 꾸준히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기술투자로 후발주자 극복
영진화학공업은 영진켐텍으로 출발했다. 1970년 8월 대구 중구 서문로에서 작은 가게로 시작한 영진켐텍은 화공약품류를 취급하는 곳이었다. 글로벌 기업 제품의 국내 대구경북지역 판권을 가진 영진켐텍은 45년째 명맥을 유지하며 현재 표면처리제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다.
영진화학공업 관계자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단순히 유통만 한 것이 아니라 기술연구소를 통해서 자체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며 "지금은 30%가 제조이며 나머지는 수입유통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진화학공업이 태어난 것은 영진켐텍에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면서다. 국내 특히 대구경북 지역의 섬유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인 1980년 영진화학공업은 섬유 작업 중 하나인 '사이징'(sizing)에 사용하는 용액(바인더 수지)인 '호제'를 제조했다.
사이징은 직물을 짤 때 원사(실)의 변형을 막기 위해 일종의 풀을 먹이는 작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화학원료를 영진화학공업이 만들어내고 있다. 1980년대에는 국내 곳곳에서 섬유용호제를 일찍부터 만들어오던 터라 영진화학공업은 후발주자였다.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한 방법은 서상동(사진) 대표의 '품질우선주의'에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영진화학공업은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제품을 연구했다. 연구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1984년 산업연구원으로부터 '1사1기술' 지원 업체로 지정된 것은 물론 1986년 유망 중소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선진기술정보를 바탕으로 1989년 과학기술처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를 승인받아 '영진화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서 대표는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지만 '연구'를 통한 품질 향상, 신제품 개발로 극복하리라 믿었다"며 "1990년대 당시에는 우리 회사 연구소의 장비들이 대학교보다 월등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실제 서 대표는 영진화학공업연구소의 연구인력을 해외 연구소 등지로 연수를 보냈다. 또 1992년 5월 달서구 갈산동의 8천250㎡(2천500평)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의 최신식 공장과 기술연구소를 지었다.
회사 관계자는 "영진화학공업의 직원 38명 중 연구소 인력만 8명이다"며 "이들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과 계열화
연구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으로 회사의 내실을 튼튼히 만든 영진화학공업은 새로운 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서 대표의 아들 서창욱 부사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호제 시장이 5분의 1로 감소하고 기업들이 문을 닫는 등 불경기가 지속됐다"며 "신사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회사가 확장한 사업은 'EP사업'이다. '유화 고분자'(에멀전 폴리머'Emulsion Polymer)라 불리는 EP는 화학분야에서도 사용도가 높은 분야다. 에멀전 폴리머의 세계 수요는 연평균 5% 이상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2016년에는 1천33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진화학공업은 그동안의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2001년 EP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로 회사는 화학물질을 섞어 붙잡아두는 수성아크릴 '바인더'를 개발했다. 사업 진출 첫해 패딩용 바인더를 개발한 데 이어 2002년 페인트용 바인더를 만들었다.
특히 영진화학공업의 EP는 친환경, 수성으로 주택 내'외장 마감재, 자동차 부직포용, 가발, 의류코팅용, 종이용 등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회사의 EP사업부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는 주문제작 방식을 통한 고객 확보와 기술력 축적 때문이다. 서 부사장은 "각 제품별로 고객이 요구하는 물성을 맞추기 위해 연구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자동차용 부직포 바인더의 경우 '난연' 특성은 물론 얇게 코팅하는 방법까지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 기술이 국내 난연바인더의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영진화학공업은 사업부를 다각화하는 한편 '계열화'로도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는 EP사업부에서 타일접착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를 만들면서 이를 이용해 타일접착제도 생산했다. 사업추진을 위해 2008년 '영진하우징'이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분리했다.
영진하우징이 설립 첫해부터 유기질타일접착제를 생산한 것은 물론 이듬해 타일시멘트도 만들었다. 서 부사장은 "원재료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내다 보니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자신할 수 있다"며 "게다가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영진하우징은 자체 브랜드 '이지웰'을 개발,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도 만들어 시중에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회사는 신사업부와 계열사를 앞세워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2011년 최대 매출인 180억원을 넘어선 200억원 돌파도 2, 3년 안에 이뤄낼 계획이다. 서 대표는 "영진켐텍과 영진화학공업의 역사를 합치면 80년이 된다"며 "두 기업을 오랜 시간 성장시킨 기술력을 새로운 사업에도 쏟아부어 끊임없이 성장하는 '장수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文 "이재명, 큰 박수로 축하…김경수엔 위로 보낸다"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