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들에 모욕감 주는 경찰관 모욕죄?

공권력 놓고 의견 분분…인권위 "기준 없이 불신만 키워" 경찰관 "거친 현장 어쩔

경찰관을 모욕해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이 느는 가운데 경찰관 모욕죄 적용을 놓고 '공권력 남용'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한 사례는 ▷2011년 20건 ▷2012년 22건 ▷지난해 33건 ▷올해 5월까지 15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찰청이 지난해 8월 전국의 경찰관들에게 경찰관 모욕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해도 좋다는 지시를 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위와 시민단체 등은 경찰관 모욕죄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적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석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형법상 모욕죄에 포함되는 행위는 욕설, 문자, 온라인상에서의 글 등을 모두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하다"며 "공권력 행사 주체인 경찰관이 모욕을 당한 자신을 위해 그 자리에서 피의자를 체포하는 것은 개인적인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남용한다면 시민들의 정당한 항변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어떤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위헌 시비도 계속되고 있다. 모욕죄를 확대 적용하면 자칫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들은 거친 피의자들을 상대하려면 경찰관 모욕죄를 엄격히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6월 대구 달서구의 한 술집에서 A(59) 씨가 술값을 내지 않은 채 주인과 1시간여 동안 시비가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A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이에 화가 난 A씨가 경찰관에게 '이 ××'라고 욕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소란을 피워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욕설을 들으니 수치심이 들었다"고 했다.

대구의 한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에게 욕설하는 것은 정상적 공무집행을 방해하게 돼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사소한 욕설이 폭행과 같은 더 큰 범죄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장 체포는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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