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주의 정치 이슈] 시선 따가운 '방탄국회'

"비리 감싸는 방패…불체포 관련법 고쳐야"

"한가위 연휴 기간 지역민들에게 아주 혼이 났어요. 철도비리 의혹이 인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왜 부결시켰냐고요."

추석 민심을 전해듣고자 통화한 지역 국회의원의 말이다. 이처럼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정치권을 더는 믿지 말자는 여론이 모이고 있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특별법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가 124일간 한 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더니, 급기야 동료의원의 체포를 저지하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역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13번째. 방탄국회의 역사가 길다.

◆체포동의안은 부결 아니면 폐기?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국회의원의 동료애가 얼마나 끈끈한지 볼 수 있다. 제헌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제출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송 의원까지 모두 56건. 이 중 13건이 부결됐다. 24건은 처리 시한을 넘겨 본회의 표결조차 하지 않고 폐기했다. 56건 중 37건이 부결, 폐기돼 체포동의안 표결은 하나 마나 한 제도가 됐다.

16대 국회에는 역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1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다. 하지만 부결도 7건이나 된다. 폐기는 6건, 철회는 2건이었다. 결과적으로 가결된 체포동의안이 한 건도 없었다. 1997년 대선에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정부가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으나 여소야대 상황이었다. 야당이 방탄국회로 중무장한 구도였다. 15대 국회에선 두 번째로 많은 12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부결이 1건, 폐기가 11건으로 가결은 역시 없었다.

17대 국회인 2004년 6월 29일,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박창달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올라왔지만 부결됐고, 18대 국회에서는 3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2건이 폐기됐다.

이번 19대 국회에선 체포동의안 9건 중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 무소속 현영희 의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3건이 가결 처리됐다.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새누리당 정두언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012년 7월 11일 부결됐다. 나머지 4건 중 3건도 본회의 보고 후 72시간을 넘겨 폐기됐다.

◆방탄국회 손질 급선무지만…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다. 비밀투표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의 입장을 국민은 알 수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지만 무기명으로 투표하면서 사실상 국민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이번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불체포특권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달 4일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불체포 특권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더불어 개정안을 발의하겠다. 선(先)체포수사를 하고 불체포 특권 처리 여부를 사후에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날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입법부를 유린했던 불행한 역사가 있었고 불체포특권은 그에 맞서라고 국민이 부여해 주신 신성한 특권이지만, 오늘의 불체포 특권은 한낱 뇌물 수수 비리나 감싸는 방패로 그 의미와 가치가 전락해 가고 있다. 앞으로 비리 옹호 국회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없이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국회법 등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회의원 제 목 조르기 할 수 있을까?

2012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뒤에도 제도 손질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현실화하진 못했다. 헌법 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26조에도 관련 규정이 있다.

정치인이 국회 회기 중에 검찰 수사에 응해도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지 않으면 영장실질심사에 스스로 출두할 수 없다. 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할지 여부를 알 수 없다. 2012년 8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현영희 전 국회의원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정치권 망신 주기라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일각에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사전 심사하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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