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앙숙이다. 앙숙도 그런 앙숙이 없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드는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이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스코틀랜드에 가서 잉글랜드식 영어로 물으면 못 알아 듣는 척 스코틀랜드식 영어로 되묻곤 한다. 월드컵에도 이들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란 나라로 각각 출전한다.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축구시합을 하면 스코틀랜드는 프랑스를 응원할 정도다.

뿌리는 깊다. 잉글랜드 주민은 앵글로 색슨계가 다수인 반면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 주류다. 스코틀랜드에 처음 왕국이 들어선 것은 1034년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잉글랜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14세기 잉글랜드에 맞선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의 영웅 '윌리엄 월러스'의 삶을 그렸다. 월러스는 수적 열세와 무기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군에 맞서 싸우다 잡혀 런던에서 처형됐던 실존 인물이다. 처형 후 머리는 런던 다리에 내걸리고, 사지는 각각 네 변방으로 보내졌다. 월러스로 분장한 멜 깁슨이 처형되면서 '자유'(Freedom)를 외쳤던 장면이 인상 깊다. 월러스 사후 스코틀랜드는 1314년 배넉번 전투에서 승리해 독립 보장 조약을 맺었다.

1603년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사망하자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왕조 메리 1세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영국 국왕에 오르면서 연합국가가 됐다가 1707년 영국으로 완전히 병합됐다.

18일 스코틀랜드에서 실시되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합 307년 만이다.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주민 여론 조사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초기에는 부결이 절대다수더니 투표가 다가오자 찬성으로 여론이 뒤집혔고 다시 반대여론 우세로 돌아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비슷한 지역이 많아서다. 스페인에선 카탈루냐가 진작부터 분리 독립을 공언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베네치아가, 벨기에에선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구 플랑드르와 프랑스어를 쓰는 남부 왈롱 지역이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투표 결과에 따라 유럽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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