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가 국내 첫 시민구단이란 명예를 잊고 사실상 대구시립구단의 길을 걷게 됐다.
대구FC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조광래(60)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5대 단장으로 선임했다. 조 단장은 취임식을 한 후 이달 30일 예정된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대구FC의 조 단장(대표이사 겸직) 선임은 전적으로 권영진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축구팬 등 대구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구FC의 시립구단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대구FC가 2003년 K리그에 뛰어든 후 10년 이상 지역 축구팬들이 소중하게 간직한 시민구단의 명예는 사라지게 됐다. 대구시는 앞으로 지역 실정에 어두운 조 단장의 명성을 앞세운 채 구단의 살림살이를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구시 출신인 유재하 사무국장이 구단 운영을 맡게 된다.
당장 대구시는 축구를 좋아하는 권 시장의 의중을 헤아려 10여 년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클럽하우스와 전용구장을 대구시민운동장 일대에 건립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구단의 내년 예산 증액을 서두르며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이날 이사회의 안건 중 하나인 '신임 단장 보수 심의건'은 대구시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시는 지난해 시민구단 정착에 강한 의지를 보인 김재하 전 단장과 마찰을 빚은 점을 염두에 두고, 올 1월부터 연봉 등 단장의 격을 대폭 축소한 채 3차례에 걸쳐 단장을 공모했다. 대구시는 구단을 단장 중심이 아닌 감독 체제로 이끌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하지만 1~3차 공모 요강에서 7천만원대로 알려진 단장의 연봉은 조 단장을 선임하면서 이사회를 통해 슬그머니 1억원으로 올라갔다. 그간 사정을 잘 모르는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에 공모 내용에 없던 활동비 월 100만원도 책정됐다. 이런 조 단장의 연봉이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만약 공모에서 단장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였다면, 구단의 사정을 꿰뚫고 시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후보자가 응모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축구팬 등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역 기업과 시민 4만여 명이 주주로 참여해 국내 최초의 시민구단을 만들었는데, 대구시의 입김에 의해 구단이 운영될 처지에 놓였다"며 "대구FC가 시민구단으로 자리 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대구와 아무 연고가 없고 그동안의 실정을 모르는 신임 조 단장이 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미흡해 보인다. 다시 뒷걸음치는 대구FC를 보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한 축구팬은 "국내에서 시민구단의 정착은 불가능하다. 이미 클래식(1부)은 기업구단, 챌린지(2부)는 시'도민구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시립구단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구FC가 시민구단으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대구시와 지역 기업,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다"며 "대구시가 정말 대구FC에 관심을 쏟는다면 인프라 마련과 운영비 확보 등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구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교성 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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