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 最古 군악대와 전통 취타대 '합동 퍼레이드'

'이스탄불 in 경주 2014' 양 국가 마스코트 앞세우고 경주도심 누벼

16일 경주시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악대인 터키의
16일 경주시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군악대인 터키의 '메흐테르 군악대'와 조선시대 취타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져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제공

요란한 북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소리도 모습도 낯선 터키 군악대가 등장했다. 주르나(오보에와 비슷)와 보루(트럼펫과 비슷), 심벌즈, 큰북과 작은북의 웅장한 연주가 대지를 흔들었다. 이어 나발, 태평소, 향피리, 장구, 징, 북, 꽹과리 등의 합주가 지축을 울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스만제국 군악대 '메흐테르 군악대'와 한국 전통 취타대가 경주에서 한데 어우러졌다. 힘차고 패기 넘치는 음악들이 거리를 뒤흔들었다.

메흐테르 군악대는 오스만제국 정규군인 예니체리(새로운 병사, 신군) 소속이었다. 13세기 무렵 초창기 6명 정도로 시작된 군악대는 1500~1600년대에는 수십 명으로 늘었다. 특히 1600~1700년대 유럽의 오스만 제국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해 있을 때는 멀리서 예니체리 군대의 메흐테르 군악 소리만 들려와도 동유럽 병사들은 도망치기 바빴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취타대는 전통 관악기와 타악기들이 중심이 된 연주단. 조선시대 임금이나 현관들의 행차, 군대 행진이나 개선 때 앞장서 연주하는 등 의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16일 오후 3시 경주역. 최양식 경주시장의 타고로 시작된 메흐테르 군악대와 취타대의 행진에는 '이스탄불 in 경주'의 마스코트인 '화랑'과 '예니체리'가 앞장섰다.

붉은색, 초록색, 남색의 메흐테르 군악대의 복장과 취타대의 노란색 옷이 서로 어우러져 행진하는 연주대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메흐테르 군악대는 친위대장인 초르바바쉬(Corbabasi)의 지휘 아래 무장 경호병들과 국가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 독립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깃발을 든 기수들이 등장했다. 이어 군악대장과 악사들이 나타났다. 수석악사들은 붉은색 옷을 입고 나머지는 남색 옷을 입었다.

경주역에서 출발해 신한은행네거리에서 농협을 지나 봉황대까지 약 1㎞ 이어진 퍼레이드는 터키 군악대와 한국 전통 취타대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였다. 난생처음 보는 모습에 길가에 구경을 나온 시민들은 다소 생소해하면서도, 그들의 연주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일부는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다.

메흐테르 군악대와 취타대의 음악이 서로 어울릴까 하는 궁금증도 이내 풀렸다. 두 연주대의 음악은 닮은꼴. 한국과 터키가 닮은 모습이 많듯 음악도 닮았다. 서로의 음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아니 조화롭다는 감상이 정확할 듯하다. 특히 이날 퍼레이드는 두 나라의 음악을 한자리서 들을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라서 더욱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퍼레이드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경을 나왔다는 박병덕(77'경주시 월성동) 씨는 "팔순 가까운 나이지만 이렇게 취타대와 외국의 악대가 함께 연주하면서 행진하는 모습은 난생처음이다. 한국의 음악과 터키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퍼레이드 출발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터키의 군악대와 한국의 취타대 연주가 문화와 문화 간 보다 특별한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스탄불시가 주최하고 경주시, 경상북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후원하는 '이스탄불 in 경주 2014'는 22일까지 경주 황성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한국-터키 합동 퍼레이드는 17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한 차례 더 열린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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