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의식

의식/크리스토퍼 코흐 지음/이정진 옮김/알마 펴냄

과학 만능의 시대로 불릴 만큼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잣대로 군림하고 있지만 의식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난제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의식을 연구하는 현대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개관한다.

평생을 의식 연구에 바친 저자는 의식 연구의 진전을 이루어낸 프랜시스 크릭을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 및 철학자의 활약 등 의식 과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또 '자유의지는 실재하는가' '개는 의식을 가지는가'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의식을 어떻게 계량할 수 있는가' 등 의식과 관련한 쟁점을 실증적 방법론을 통해 설명하는 동시에 의식 연구의 미래를 전망한다.

이 책은 자서전적 성격도 띠고 있다. 저자는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와 수만 개의 시냅스 속에서 의식을 계량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저자가 자신의 과학적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자서전적 문체다. 이 책은 건조한 학술적 문장으로 쓰인 전작 '의식의 탐구'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학계에서 요구하는 주관을 배제한 3인칭 글쓰기를 거절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내밀한 사적 고백까지 거리낌 없이 풀어놓는다. 방황하는 청년, 야심찬 젊은 연구자, 딸을 잃은 아버지, 빈둥지증후군을 견뎌야 하는 중년 남자 등 저자는 자신의 연약한 내면을 담담히 드러낸다. 신경생물학자로서 그가 왜 범심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행간을 이해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 오스카 와일드, 단테, 영화 '매트릭스' 등을 종횡무진 인용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깊은 철학적 사유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352쪽, 1만9천500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