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년쯤에 만들어진 책이다. 고대 여러 종류의 여인상을 모아 놓았다. 정절을 지키는 여인, 현명한 여인, 요사스러운 여인, 악한 여인 등 100여 명에 이른다. 흔히 열녀(烈女)라고 하면 정절을 지킨 여인이나, 시집에 희생하거나, 효부(孝婦)를 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여러 여인'이란 뜻이다. 이 책은 유향(기원전 77~기원전 6)이 편찬했다. 그는 한나라 때 궁정의 문헌을 교정하는 일을 했다. 중국 고대 문헌은 그의 손을 안 거친 것이 없을 정도다. 유향은 이 책 외에도 설원, 신서, 전국책 등을 펴냈다.
현존하는 열녀전은 모의전(母儀傳), 현명전(賢明傳), 인지전(仁智傳), 정순전(貞順傳), 절의전(節義傳), 변통전(辨通傳), 얼폐전(孼嬖傳) 등으로 나뉘고, 뒤에 첨부된 '속 열녀전'까지 합하면 모두 8권이다.
순서대로 제목의 뜻을 새겨보면 이렇다. 훌륭한 어머니상, 현명한 부인상, 지혜로운 여인상, 예의 바른 여인상, 절개를 지킨 여인상, 사리분별에 뛰어난 여인상, 나라와 가정을 망친 여인상이다. 이러한 분류를 보면 결국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목적은 올바른 여인상을 본받으라는 도덕적 교훈임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분류 기준은 유교 도덕이지만, '현명전'은 도가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열녀전은 훗날 나온 여계(女誡), 여논어(女論語), 내훈(內訓) 등 여성의 도덕을 강조하는 교과서의 롤모델이 됐다. 두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도 열녀전에서 나왔다. 맹자가 학교에 갔다가 도중에 돌아온 적이 있었다. 맹모는 그때 베를 짜고 있었는데, 맹자를 보자 짜던 베의 실을 잘라버리며 맹자를 꾸짖었다. 그러자 맹자가 놀라 다시 학업에 열중하였다는 이야기다. 또 한 번은 맹자가 결혼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아내가 상반신을 드러내 놓고 쉬고 있었는데, 맹자가 기척도 없이 아내 방에 들어갔다가 이 광경을 보고 화를 낸 일이 있었다. 아내는 시어머니에게 친정으로 보내달라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맹모는 맹자에게 "네가 인기척도 없이 아내가 쉬고 있는 방에 들어간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다.(모의전)
초나라의 현자 '노래자'는 세상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왕이 일부러 시골까지 찾아와 정치 자문역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노래자는 왕의 간청에 못 이겨 승낙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술이나 고기를 주는 사람은 때에 따라 채찍도 주고, 관직이나 봉록을 주는 사람은 때에 따라 벌도 준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재난을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부부는 함께 그 땅을 떠났다.(현명전)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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