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한 데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등 인상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증세 논란이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18일 내년도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20조원 정도 늘어난 376조원을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재정지출과 재정수입 부족으로 10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서민 호주머니를 겨냥한 증세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다.
◆왜 하필 담배, 그것도 4천500원일까?
정부가 '서민 세금'에 손을 댄 것은 10년 만이다. 2005년 9월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가 여론과 여당의 반대에도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의 세율을 72%에서 90%로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고, 세 부담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맞추겠다면서 '소주세 인상'을 강행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서민 가계에 부담을 준다면서 소주세율 인상안에 반대해 정부안은 무산됐다. 이후 10년간 소주'위스키에는 맥주와 같은 72% 세금이 부과됐다.
이달 11일 정부는 현행 2천500원인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고 했으니 주류세 인상 발표 때와 비슷한 논리다. 그렇다면 왜 4천500원일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에는 담배가격이 4천500원인 이유가 숨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가격에 따른 추가 세수는 4천500원일 때 최대이다. 그 이상일 때는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해 6천500원을 넘어서면 지금보다도 세수가 적어진다고 설명한다. 세수를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이 4천500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목적보다는 세수 확보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방세보다 국세 증대에 더 효과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도 관심사다. 정부는 담배소비세(641→1천7원), 건강증진부담금(354→841원)과 지방교육세(321→443원)를 올리고, 개별소비세(594원)를 신설해 담뱃값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에 속한다. 담뱃값 인상으로 자동으로 오르는 부가가치세(10%)와 건강증진기금은 모두 국세다. 여기에 개별소비세도 신설됐다. 개별소비세도 정부가 사용처를 결정하는 국세에 해당한다. 정부 방침에 따를 때 추가로 확보되는 2조8천여억원의 세수 가운데 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하면 70% 정도가 국세로 편입된다. 결국 담뱃값 인상 효과는 지방세보다는 국세에 이바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면서 취득세'양도세 감면혜택을 줬는데 이 때문에 국가'지자체 재정이 더욱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이런 부문의 세수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벼워지는 호주머니 '서민이 봉!'
담뱃값만 오르는 게 아니다. 정부안에 따르면 주민세는 22년 만에, 자동차세도 15년 만에 각각 두 배 오른다. 현재 전국 평균 4천620원인 주민세는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오른다. 영업용 승용차(택시 등), 승합차(버스), 화물차, 특수차, 3륜 이하 자동차 등에 국한한 것이지만 자동차세도 오른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요금, 공공요금 등도 줄줄이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찌감치 뜻을 밝힌 바 있는 주류세 인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 때문에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보다 저항이 적고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간접세부터 손을 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정부가 서민 체감도가 높은 지방세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비가 많은 담배에 붙은 세금을 인상하면서 배당소득 과세를 줄이거나 법인세나 소득세는 그대로 둔다는 방침이어서 '부자 감세'서민 증세' 논란을 피하기도 어렵다.
증세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당시 '증세 없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했고, 최근 불거진 증세 논란에 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증세로 정책 전환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매머드급 복지예산은 이미 현실화했다. 정부가 18일 밝힌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은 51조9천억원으로, 올해 46조9천억원과 비교해 5조원(10.7%) 늘어났다. 이는 정부 전체 총지출(376조원)의 13.8%이고, 복지분야 총지출(115조5천억원) 중에서는 44.9%를 차지한다. 국채 발행으로 적자를 메우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증세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당분간 큰 선거가 없어서 '지금이 증세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결국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증세에 '꼼수 증세', '우회 증세' 논란은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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