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졸속 대회' 우려

예산 부족·선수촌도 없어…이대론 국제 망신

내년에 문경에서 열리는
내년에 문경에서 열리는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연 경비 부담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개'폐회식과 주요 경기가 열릴 문경 국군체육부대 24개 국제규격경기장 전경.

110개국 8천7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세계적 규모의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가 대회 개최 1년을 코앞에 두고 '졸속 대회' 우려를 낳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무리한 대회 유치와 무관심, 지루한 돈 싸움 등이 얽혀 있어 '대회 반납'이라는 최악의 여론까지 형성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무리한 대회 유치와 무관심

2015년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는 신현국 전 문경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2011년 5월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 서울총회에서 문경 대회가 결정됐다. 당시 문경 안팎에서는 군인체육대회가 생소한데다 과연 인구 8만 명, 재정자립도가 20%에도 못 미치는 '시골'에서 세계대회를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잖았다. 더욱이 정부 재정 지원 규모, 자체 재정 파악에 앞서 '일단 유치하고 보자'식으로 추진, 결과적으로 '무모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신 전 시장은 대회 유치 후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할 당시 "대회 성공을 위해선 국회의원이라는 큰 힘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결국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후 후임 시장과 지역 정치권 등 '남은 자'들이 대회를 마무리해야 하는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됐다.

문경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회 유치 과정이야 어쨌든 무관심과 불협화음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회를 주관하는 국방부는 대회 운영비로 당초 전국체전 지원금도 안 되는 538억원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시 지원위 관계자는 "세계 대회를 치른 경험이 없는 국방부가 국내의 세계 대회를 미리 벤치마킹해 예산 문제를 꼼꼼히 챙겼더라면 이처럼 무성의한 예산 규모를 책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골에서 치르는 대회라고 무관심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불쾌해했다.

국방부는 대회 유치 4년째인 최근에야 당초 예산의 3배 규모인 1천655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대폭 삭감, 1천154억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경시 관계자는 "보통 국제대회 같으면 대회 개최 수년을 앞두고 연차적으로 예산을 책정해 대회를 준비한다. 문경 대회는 당장 내년 10월에 개최되지만 대회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서울에서 대회가 열렸다면 이처럼 '코앞 예산'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경상북도'문경시 불협화음

부랴부랴 마련한 예산안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지도 미지수. 예산 분담이라는 암초가 국회 통과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당초 문경대회 경비 분담은 국비 50%, 경북도와 문경시가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가 30%, 나머지는 스폰서 유치를 통한 수익금이 20%였다. 현재 수익금 유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대회 경비는 중앙과 지방이 나눠야 할 형편이다.

국방부는 예산안 증액 시 경북도와 문경시의 지방비 부담 비율도 같이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북도와 문경시는 당초 예산 538억원 중 지방 몫 161억원(30%) 외에는 더 낼 돈이 한 푼도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국방부 주장대로 지방 예산이 증액되면 경북도와 문경시가 부담해야 할 지방비는 346억원. 당초 부담분의 배가 넘는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인천 아시안게임은 인천시가 주관하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시가 주관해 전폭적인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과 함께 자치단체 재정이 충분히 들어갔지만, 문경 대회는 국방부 주관이어서 국방부가 주로 부담해야 한다. 문경시는 현재 대회 준비에만 220억원의 시비를 투입한 상황"이라며 지방비 증액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지방비가 늘어나는 부담분은 문경 대회가 국가행사인 만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만약 늘어나는 부분을 경북도가 도의회에 예산 승인을 제출해도 도의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방비 30% 분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증액 예산의 국회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경북도와 문경시가 지방비 분담 원칙을 지켜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한성 의원은 "증액 예산의 국회 통과를 위해선 지방비 30% 부담 원칙이 있지만 지방 재정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현재 국회에 문경 대회의 국비 주부담을 원칙으로 한 법안을 상정, 그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촌 문제의 경우, 국방부는 문경시에 당초의 선수촌 건립 약속 이행을 요구했고, 문경시는 문경 살림살이로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어서 국방부에 국가 차원의 선수촌 건립을 주장해 평행선을 달려왔다.

문경시는 문제해결을 위해 민간투자를 통한 선수촌 건립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 선수촌 없는 세계대회로 문경대회가 치러지게 된다. 대회가 열리는 내년 10월 8천700명의 선수들은 머물 곳도 없이 열흘간 문경시는 물론 경북의 8개 시'군을 떠돌며 경기를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경시 시민지원위 관계자는 "대회 성공을 위해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예산안을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경비 분담 문제는 지방 재정이 어려운 만큼 중앙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민지원위 관계자는 또 "선수촌도 현재로선 건립이 어려운 만큼 국방부, 경북도, 문경시, 경북의 분산 개최 시'군 등이 체계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선수들의 숙박 및 대회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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