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사업, 돈방석 앉는다?

'지하에서 옥상까지…'

몇해 전부터 최근까지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을 압축한 표현이다. 대구는 2000년대 초중반 빙하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전국에서 분양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분양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사업자들은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항변한다. 대다수 시민들이 고무줄 같은 아파트 분양가를 두고'아파트 수익 구조'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유다.

◆분양가 구조

경북의 한 지자체에서 분양을 준비중인 A 사. 이곳의 사업 수지 분석표를 살펴보면 아파트 수익구조를 대략 엿볼 수 있다. 850여가구를 분양예정인 이 단지는 전용 85㎡(옛 32평형)의 경우 분양가가 2억 2천만원대로 총 매출액이 1천650억원(상가 포함) 정도다. 땅을 싸게 샀지만 초기 분양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질 수 있다.

시행사에 따르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대지비(350억원)와 부대비용은 매출액의 약 25~30%를 차지한다. 이후 공사비가 45~50% 가량 든다.

공사비의 경우 1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액의 30%밖에 차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이 비중이 높아졌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뛰었기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공사비가 평당 200~23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60만원 이상 줘야 한다"며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건축비 상승을 꼽았다.

나머지 사업 비용은 간접비(10%)와 판매비(3%), 금융비(10%)가 차지한다. 간접비에는 개발분담금과 학교용지부담금, 광역교통부담금, 원인자 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이 포함되며 판매비는 견본주택 건립 및 운영비와 분양 홍보비가 들어간다. 분양 매출액에서 이러한 비용을 빼고난 금액이 사업 이익금이다. 대략 전체 매출의 5~10%정도가 된다.

A사 대표는 "단순히 보면 시행사가 500여 가구 분양기준으로 100억원 정도의 돈을 벌게 되지만 시공사는 공사비 산정에서부터 미분양 리스크때문에 지금은 5%도 못 남긴다"고 밝혔다. 건설사 한 임원도 "예전엔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간접비와 판매비 비율이 낮았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부담금이 늘어 판촉비 등으로 써야할 부대 비용이 급증했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 누가 돈 벌까

"아파트 사업으로 떼돈을 벌기 보다는 가슴졸이며 아파할 날이 더 많습니다."

시행사 대표 A씨는'아파트 수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분양 시장 상황이 좋아져 초기 분양 실패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과거처럼 준공후에도 미분양을 안고 갈 경우 중도금 무이자 확대 등 계약 조건 변경과 홍보비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회사 존립이 흔들린다는 것.

그는 지주와 금융권이 아파트 사업을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주장했다.

"요즘 아파트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알박기 지주와 금융권입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마른날에는 우산을 주고 비오는 날에는 우산을 뺏는다'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갑 중의 갑이에요."

실제 앞서 언급한 단지는 토지 매입비가 적게 들었는데도 은행 융자 자금이 100억원 이상이다. 대략 사업이 3년정도 걸린다고 치면 토지 계약금을 위한 기타 수수료와 금리, 금융권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자가 차지하는 금액을 감안하면 금융권에 수십억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10여년째 아파트 사업을 하고 있는 시행사 B대표는 "아파트 사업을 할 경우 시행사는 토지 매입 기간까지 합치면 사업기간이 4년, 시공사는 통상 입주까지 3년이 걸린다"며 "수익률을 10%로 잡아도 연간 평균 수익률은 2% 정도로 일반 제조업 평균 수익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공사 입장도 같다. 지자체의 각종 기부 체납과 공사에 따르는 고질적인 민원 처리비, 입주 때 민원 등이 발생하는 탓에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수익 사업장도 허다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동구의 한 오피스텔의 경우도 시공사가 마이너스 공사를 하는 바람에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통상 사공사는 매출액의 절반정도를 차지하는 공사비의 5~10%정도를 수익으로 잡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 부동산 경기가 몇 년째 활황인 탓에 지대에 비해 분양가 상승 폭이 커졌다"면서도 "지주와 금융권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데 반해 시행사 시공사는 항상 사업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경북 B 아파트 예상 수익 구조 분석

가구수 : 840여가구

총 매출액(추정) : 1천650억

공사비 : 800억원

지대 350억원

금융비 등 부대비용 : 150억원

예상 이익:8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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