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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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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제조한 지 36년이 넘은 인공 물품을 몇 개쯤 가지고들 계시는가? 젊은 부부로 한정한다면 이런 물품 따위는 단 한 개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물품을 신혼집에 들여놓을 만큼의 호고가(好古家)적 취미를 가진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장년층 가정이라면 꼼꼼히 찾아보면 위의 연식을 충족하는 몇 가지 물품이 나올 수도 있다. 졸업 앨범이라던가, 창고에 처박아둔 기타나 아무도 읽지 않는 한방 대백과사전 따위의 책들이 그 예다. 그리고 그러한 물품들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화롭게 우리와 공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물건들을 더러 소중히 간직하거나, 더러 잊어버리고 방치한다. 그 물건들은 우리의 집값을 폭락시키지도 않고, 기형아 출산의 확률을 높이지도 않으며, 지진이나 해일로 인해 폭발하지도 않고, '멜트 다운' '멜트 쓰루'되어 지하수에 섞여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자산의 90%가 부동산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여기저기서 집값과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집값 하락이 우려되니 빨래를 베란다에 널지 마라"는 아파트 부녀회의 준절한 꾸짖음이라든지, 지역에 노인복지시설이나 저소득층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육탄으로 방어하는 '지역사랑'이라든지.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내가 가진 작은 집이 속한 동네에 재개발 소문이 돌면 괜히 흐뭇해지다가, 집값이 하락할 요인이 생기면 금세 입안이 까칠까칠해지고 만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속되고 천박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집 하나가 한 사람 인생의 전부인,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 더 크게 기인한다.

올해로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부산) 1호기는 만 36세, 월성(경주) 1호기는 만 31세가 되었다. 만에 하나라도 이 원자력 발전소들에서 쓰리마일이나 체르노빌에서와 같은 인재, 혹은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천재가 발생한다면, 부산, 울산, 경주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고, 경상도 전체가 최소한 '안심하고 살 수는 없는' 재난 지역이 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 인생 전부를 바쳐 쌓아올린 우리의 부동산도 한낱 거품처럼 우리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 갈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동시에 전부 다 폐쇄하고 대체 에너지로 나아가자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30년이 넘은 원전만이라도 단계적으로 폐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베란다의 빨래에도 민감했던 우리라면 이런 주장은 더 강력하게 해야 정상이 아닌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의 주인이라면, 전기세 몇 푼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못 본 척하고 지나치는 것은 너무나 소홀한 재산 관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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