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어질고 선한 이웃' 운동을 시작하며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가난의 굴레를 벗고 오직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리하여 세계가 놀랄 정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풍요 속에 빈부의 격차는 심해지고, 도시인구 과밀화와 환경오염, 치열한 취업경쟁에 초조하고 답답한 심정으로 헤매는 젊은이들, 게다가 물질 만능주의로 인한 갖가지 부작용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더 잘먹고, 더 잘입고, 더 편하게 살아야 된다'며 발버둥치는 동안, 귀하고 소중한 것들이 무시되고 소홀하게 다루어져 온 것입니다.

'옳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나 하나쯤…'이라는 무사안일과 이기주의가 판을 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패와 부조리가 독버섯처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원칙과 기본이 흔들리는 심각한 우려 속에 공동체 시스템에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갈수록 대담해져가는 학교폭력과 청소년 탈선, 군대 가혹행위 등 갖가지 사회범죄, 나쁜 죄질과 낯 뜨거운 추문에 잇달아 얽히는 지도층의 리더십 상실…. 이처럼 사람 중심의 윤리체계가 구석구석 무너지면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은 물론, 이웃에 대한 배려와 믿음 등 사회적 건강성이 자꾸만 나빠져 가고 있습니다. 가정은 무책임하게 해체되어 이혼율과 고독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참담한 현실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자기참회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그동안 '사람 됨됨이'를 바르게 가르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서 이러한 '걱정'들이 비롯되고 있음을 통감하며, 사회적 병리현상 전반에 대해 우선 '내 탓'임을 깊이 반성하려는 것입니다. 남이 아닌 나에게서 문제를 찾자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부터 먼저' 법과 질서를 잘 지켜 빨간 신호등 앞에선 반드시 멈추고, 쓰레기나 휴지조각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내 주변의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골목길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다 보면 우리에게 '이웃'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내 역할과 책임엔 성심을 다하면서 밖을 향해서는 항상 너그럽고 겸손하고 겸허하게, 그리고 분수껏 살아갈 것입니다. 어려울 땐 조금씩이라도 나눠가며 베풀고, 몸이 불편하거나 힘없고 지친 이웃을 만났을 땐 살갑게 손잡아주며 양보하고 배려할 것입니다. 항상 바른말 고운 말을 골라 쓰며, '기본'을 소중하게 여겨 받들며 살아갈 것입니다.

때론 이런저런 유혹에 좀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양심'을 지킬 것이며, 어르신을 섬기고 어린아이는 따뜻하게 보살필 것입니다. 특히 이웃 아이들도 내 자식처럼 관심 갖고 사랑으로 가르치며. '인성교육'은 우리가 어떤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끌어안고 가야 할 매우 소중한 가치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는 진리를 항상 가슴 깊이 새길 것입니다. 그래서 백년하청이라는 소리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우리 사회 기층저변을 새로이 다지고, 그 위에 우리들의 기본이 바로 서고, 정의가 존중되며, 이웃사랑이 물 흐르듯 실천되는 청정한 도덕적 번영을 위해, 우리는 우선 61만 달서구민들과 함께 '어질고 선한 이웃' 운동을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저런 험한 고비를 겪겠지만 그런 핑계로 머뭇거리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대구 달서구에서 지펴진 이 작은 불씨가 머지않아 거센 들불이 되어 우리들의 미래를 더욱 어질고 선한 세상으로 환하게 열어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곽대훈/대구 달서구청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