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경본부 한식당 '북촌'

나물 등 10가지 고명 올린 궁중 비빔밥 '깔끔'

대구 시내에는 수많은 밥집이 있다. 다들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손님들을 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개성들이 과하게 드러나는 게 미덕인 양 여겨지는 시대가 돼 버렸다. 사람이 먹지 못할 정도로 매운 음식이거나, 반찬부터 본 요리까지 들척지근하게 만든 음식점들이 '맛집'이라고 줄을 선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많은 음식점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먹을 만한 데가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마련이다.

반면, 정확하게 기본만 지키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운 식당이 있다. 대구 중구청 근처의 한식당 '북촌'은 메뉴는 많지 않지만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식당이다.

◆"정갈한 음식 맛에 반했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경북본부는 지난해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서 대구 중구 동인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사무실을 이전한 뒤 이들이 직면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점심을 어디서 먹느냐'였다. 근처의 여러 식당을 전전하다 발견한 곳이 바로 '북촌'이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경북본부 이희성 대리는 "다들 자극적인 맛보다는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점을 찾길 원했고 또 본부를 방문하는 손님에게 간단하게 점심을 대접할 만한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발견한 곳이 바로 '북촌'"이라고 말했다.

'북촌'의 메뉴는 궁중 비빔밥, 한우소고기 국밥, 해물파전, 떡갈비 등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럽지 않은 메뉴들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경북본부 직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은 바로 궁중 비빔밥과 해물파전 또는 떡갈비다. 큰 그릇 안에 밥을 담고 나물과 고명을 얹는 다른 식당의 비빔밥과 달리 이곳의 비빔밥은 밥이 따로 주발에 담겨 나온다. 먹는 양이 적은 사람들을 위해 밥의 양을 알맞게 조절하라는 식당의 배려다. 고명은 콩나물, 무, 당근, 호박 등 8종류의 나물과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구워낸 계란지단까지 총 10종류의 고명이 올라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빔밥에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어 보인다. 새우, 오징어 등을 넣어 알맞은 두께로 바삭하게 구워낸 해물파전도, 소고기를 잘 다져 빚어 구운 떡갈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식당은 어떻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경북본부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김보라 대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과 조미료를 썼다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 음식 맛에 반했다"고 말했다. 특별하게 튀는 맛이 아니라 정갈한 느낌을 주는 맛이 이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

'북촌'의 대표 노진길(42) 씨는 "어떤 메뉴든 '제대로 만든 음식'을 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이곳에서 식당을 열기 전 노 대표도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식당을 차릴 생각을 했을 때 직장을 다닐 때 했던 고민을 식당 창업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노 대표는 "직장인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점심메뉴를 통일하는 것이더라"며 "비빔밥이나 소고기 국밥과 같이 직장 안의 어떤 사람도 크게 거부감이 없을 메뉴를 제시해 직장인들의 메뉴 선택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또 식당의 인테리어를 한옥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고 쓰는 그릇도 대부분 놋쇠로 만든 유기를 사용한다. 이는 '북촌'이라는 식당의 상호처럼 북촌의 사대부가에서 식사하는 느낌이 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노 대표는 "비빔밥도 궁중에서 만드는 방법 그대로를 차용해 만든 것이며, 비빔밥 안에도 전통 한식의 오방색을 다 담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비법이라고 해 봐야 소고기 국밥이나 찌개류에 쓰는 육수를 한우 사골 육수를 쓴다는 것 정도다. 노 대표는 "항상 기본을 지켜 제대로 맛을 내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더더욱 편법의 유혹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북촌'은 기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을 끌어당긴다. 노 대표는 "맛의 기본을 지키는 것부터 놋쇠그릇 관리까지 기본을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손님들을 감동시키는 데에는 충분했다. 궁중 비빔밥 7천원, 한우소고기 국밥 6천원, 해물파전·떡갈비 1만원.

▷영업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

▷규모: 80석

▷주차장: 인근 노상 주차장 또는 사설 주차장 이용(주차료 1천원 지원)

▷문의: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140길 6(동인동 2가 221-2) 053)423-8899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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