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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동성애와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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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남성 간 동성애는 이성애보다 일반적이었으며 권장해야 할 미덕이기까지 했다. 소크라테스도 알키아비데스라는 20년 연하의 잘 생긴 청년을 애인으로 두고 있었다. 동성애 대상은 턱수염이 나기 직전의 미소년으로, 이들은 나이 든 남자 애인에게 물질적 정신적 후원을 받았다. 'Greek love'란 말이 나이 든 남자와 소년 간의 동성애라는 뜻을 갖게 된 연유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관계가 젊은이를 정신적 도덕적 완성으로 이끈다고 믿었다.

로마도 초기에는 이러한 그리스식 동성애에 부정적이지 않았으며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상류층에서는 여전히 동성애가 유행했다. 그러나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사정은 180도로 바뀌었다. 동성애는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 된 것이다. 여기에 신학적 토대를 놓은 이가 아우구스티누스(성 아우구스티노)이다. 젊은 시절 동성애에 빠진 적이 있는 그는 회심(回心) 후 성의 본질은 자녀 생산이며 부부라 해도 육체적 쾌락을 위한 성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고 규정했다.

이후 기독교는 1179년 라테란 공의회를 통해 동성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공식화했다. 기본적으로는 화형에 처하는 것이었고 상황에 따라 익사형, 교수형, 참수형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 뒤 종교개혁에 따른 신교와 구교 간의 종교전쟁이 벌어지면서 동성애는 다시 한 번 용서받지 못할 죄로 못 박혔다. 신교도들이 당시 수도원 내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던 동성애를 이유로 교황을 비롯한 가톨릭 사제들을 동성애자로 공격하자 가톨릭은 1545년 트리엔트 공의회를 소집, 엄격한 독신주의를 강조하고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가톨릭의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허용, '관용'에 한발 더 다가섰으나 동성애만큼은 여전히 관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불관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혁명적 전환이 일어날 조짐이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13일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고 인정하자는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가 당장 교리의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채택됐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변화라는 평가다. 가톨릭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벌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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