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특별한 노력은 이미 알려진 바가 있다. 마약과 가난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친다는 그 발상의 순수함과 기적 같은 결과는 전 세계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이 되고 있다. 한편 엘 시스테마의 또 다른 매력은 생활 문화와 시민 예술의 진정한 실천에 있다. 거리와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한다는 것, 그 주체가 시민과 주민이라는 사실은 기존의 문화예술이 구현되는 방식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특정 패트런(Patron) 중심의 예술지상주의나 소수의 직업적 엘리트들이 독점하는 문화예술에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이나 역량을 공적 영역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새로운 것이다. 생활 문화, 시민 예술의 탄생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 전환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자발적 예술(Voluntary Arts)은 생활 문화, 시민 예술의 대표적 사례다. 자발적 예술은 자기 개발, 사회적 유대, 여가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전문 예술을 뜻하는 것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예술 동호회를 통칭하는 말이다. 2008년 당시 잉글랜드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발적 예술단체나 동호회의 수가 4만 9천140개를 넘었으며 참여 인원도 약 940만 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아마추어 음악은 영국 생활 예술의 대표적인 예인데, 2008년 당시 3천 개의 합창단과 500개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예술 활동은 사회생활에 중요한 일부이며 새로운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문화로 이해되고 있었다.
미국의 비공식 예술(Informer Arts)과 참여 예술(Participatory Arts)은 생활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전환시킨 특별한 생활예술 프로젝트이다. 비공식 예술은 공식적인 예술 공간(갤러리, 극장 등)에서 일어나는 형식적이고 전문화된 고급예술 활동과 달리, '구조화되지 않은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이고 유동적인 예술활동'을 의미한다. 또한 참여 예술은 전문적인 공연, 미술, 문학, 미디어를 관람하는 것과 구별되는 일상적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예술적 행위를 뜻한다. 특히 비공식 예술은 예술과 자기개발, 삶의 질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며, 'Our Town'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경제, 공간 재생, 주민 참여 등을 지원하는 포괄적인 기획을 시도하고 있다.
네덜란드 알크마르시에 있는 커뮤니티센터는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문화 예술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 운영은 물론 벼룩시장, 축제 기획까지 주민들이 직접 책임을 지고 있다. 일본의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또한 1996년 개관하여 가나자와 시민들의 연극, 음악, 무용, 미술 실습 및 제작, 연수, 성과 발표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공간으로 시민예술을 활성화 하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은 생활문화와 시민예술을 실현하는 복합문화시설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올해 생활문화센터를 2곳 이상 조성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계획으로 알고 있다. 생활문화에 대한 대구시의 정책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생활문화센터를 어떻게 운영하고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생활문화는 시민들의 생활 가장 가까이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이자 시민 주체의 문화예술이다. 대구시의 슬로건처럼 '시민행복'은 시민들이 모두 예술가로 살아가는 일일 지도 모른다. 보러 가는 예술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시민들, 악기를 다루고 그림을 그리는 일상, 문화예술 동아리가 술자리보다 많은 도시, 대구시의 시민행복은 그런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박승희/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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