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카~~~)/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헛~) 명태(허허허~) 명태라고(음흐흐흣~)/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바리톤 오현명의 남저음(男低音)으로 듣는 가곡 명태에는 실소(失笑)와 비감(悲感)이 함께 묻어 있다.
음악이 탄생한 시대배경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6'25전쟁 때 대구에서 피란생활을 했던 양명문 시인의 시가 노랫말이다. 컬컬한 목구멍으로 넘기는 소주처럼, 전장에 흩어진 이름 모를 영령들을 위한 해학적 진혼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명태야말로 곡절 많은 세파에 부대끼며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이름도 천차만별이다. 생물은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말린 것은 건태(북어)이다. 시래기나 과메기처럼 덕장에 걸어 한파에 얼 말린 것이 황태이고, 어린 명태를 노가리라고 부른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網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라고 하는데, 요즈음은 강원도 연안에서 잡은 강태(江太)가 아니라, 거의가 먼바다에서 잡아 온 것이니 원양태가 되는 셈이다.
명태는 예로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를 비롯한 집안과 마을의 대소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이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으니 명태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어류도 없을 듯하다. 머리, 꼬리, 살, 내장 등을 모두 음식재료로 삼아 국, 찌개, 탕, 찜, 구이, 무침, 젓갈 등 온갖 요리를 다 할 수 있으니 명태야말로 버릴게 하나도 없는 국민 생선이다.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지역을 비롯해 강원도의 전유물이었던 황태덕장이 경북 북부 산간지역으로 남하하고 있다. 예천군 상리에 이어 문경시 동로 등 겨우내 기후조건이 강원도 못지않은 명산 자락에 황태덕장이 하나 둘 생기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아니라도 명태로 만든 안주에 '쐬주' 한잔이 생각날 외롭고 긴 밤을 품은 계절이 저만치 다가왔다. 백설이 분분한 산기슭 덕장에서 향토의 솔숲은 스친 겨울 찬바람에 스무 번도 넘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주저리주저리 가난한 시(詩)가 되어 널려 있을 명태의 모습이 훨씬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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