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에 대한 구매계획, 판매계획, 상품구매, 판매관리, 재고관리 등을 총괄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은 엠디(MD'Merchandiser)라 불리는 전문가들이다. 유통업체에서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바이어(Buyer)로 불린다. MD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유통업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사인 셈이다. 특히 과일, 야채, 수산물 등 1차 식품 MD들은 시장 흐름과 날씨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매일 새벽에 출근해요."
대구백화점은 최근 식품관을 리모델링했다. 1차 식품의 폭을 넓혔고, 즉석조리 식품을 강화하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들 식품관 제품은 식품MD실에서 책임지고 있다. 5명으로 구성된 식품MD실은 식품 분야 경력 22년의 베테랑 김남기(46) 실장 등 전문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청과'정육, 야채'양곡, 수산, 공산품 분야로 나누어진 MD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김 실장은 "백화점 식품관에서 공산품 품질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1차식품은 MD들이 어떤 제품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품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며 "식품관 경쟁은 1차 식품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MD실 직원들은 오전 6시 전에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출근한다. 경매에 들어온 농수산물을 확인하고 당일 판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비싸게 사더라도 1등 품질만 고집한다. 이 때문에 MD실 직원들은 저녁 약속을 가능하면 피한다. 부득이한 약속은 얼굴만 내비친다. 청과와 정육 MD인 김병삼(40) 과장은 "오전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탓에 저녁 모임은 꺼리고 가능하면 낮에 약속을 한다"고 했다.
MD들은 내년 설날 준비로 바쁘다. 선물세트를 준비하려면 물량확보와 전단책자 제작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12월부터는 선물세트 사진 촬영이 계획돼 있다. 그전에 선물용으로 사용될 상품 및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김 실장은 "추석이 끝나면 곧바로 설 준비에 들어가고, 설이 지나면 곧 추석 준비를 한다"고 했다.
대구백화점은 사과, 배, 복숭아, 미역, 다시마 등 1차 식품 지정농장만 전국적으로 24개가 있다. 이들 농장과 계약을 맺어 우수한 상품을 우선 매입한다. 올해 창업 70주년의 역사만큼 MD들은 탄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대구 인근의 품질 좋은 1차 식품 생산자들을 꿰고 있는 것도 대구백화점의 장점이다. 이들을 통해 생산지 정보들을 차곡차곡 쌓아둔다. 필요하면 산지로 달려가 물건을 직접 구입한다. 김 실장은 "10일 전부터 딸기를 판매하고 있고, 곧 참외도 판매할 시작할 것"이라며 "매년 새로운 품종들이 나오는 탓에 생산지 정보를 지속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바로 밀린다"고 했다.
◆"로컬 푸드 제 손에 있어요."
이마트 신선담당 MD 남종식(32) 대리는 6개월 만에 자동차로 3만㎞를 달렸다. 대구와 경북, 부산'경남이 남 대리의 영역이다. 그는 이들 지역의 이마트 점포에 로컬 푸드 관리 및 입점하는 일을 맡고 있다. 대구지역 이마트 8개 점포의 경우 달성, 경산 등지에서 생산된 미나리, 연근, 양송이, 상추, 깻잎, 양파 등을 구매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본사에서 잎채소류 MD로 6년 근무하고 6개월 전에 대구에 발령을 받았다. 대구 성서공단에 있는 이마트 대구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남 대리는 1주일에 3, 4일은 로컬 푸드 생산 농가를 방문한다. 남 대리는 "6개월 동안 영남지역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이제야 로컬 푸드 농가들을 모두 파악할 정도"라고 했다. 이마트에서 로컬 푸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 대구다.
입점 물량과 매출액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농가들이 자부심을 갖고 로컬 푸드를 재배하고 있고, 이마트는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여러 애를 쓴다"며 "대학 다닐 때는 대파와 양파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였는 데 지금은 박사가 다 됐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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