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살구꽃 환한 봄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살구꽃 환한 봄날

이종문(1955~ )

생각

같아서는

구두를 벗어들고

다짜고짜 귀싸대기를 휘갈기고 싶은 놈과

웃으며 밥을 먹는다

살구꽃

환한

봄날

-시조집『묵 값은 내가 낼게』, 서정시학, 2014.

꽃은 힘이 세다. 귀싸대기를 때려주고 싶은 놈과도 웃으며 밥을 먹게 하는 힘 말이다. 꽃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마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 시는 밥 먹는 일을 이야기하지만 독자는 살구꽃의 환한 아름다움을 떠올릴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 아름다운 음악, 아름다운 자연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의 심성까지도 아름답게 한다.

사람이 남의 담장을 넘으면 죄를 짓게 된다. 넝쿨장미는 담장을 넘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아름답기 때문에 장미의 월장은 무죄라는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옛날에도 미인의 아름다움이 나라를 기울게 했다.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서시가 그러했다.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무심코 켜 놓은 종편에서 귀싸대기를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고 흰소리를 한다. 들리는 소식마다 심히 아름답지 못한 요즘이다. 살구꽃 환한 봄날은 언제 오는가. 식탁에 꽃 한 송이라도 꽂아야 할 것 같다.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