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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깍두기와 오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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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에서는 문과 학생들이 주로 치는 국어 B형이 이전에 비해 크게 어려워져 대학입시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능에서 상위권 학생들도 문법 문제에서 많이 틀렸는데, 그중에서도 '엇저녁, 적쟎다, 깍뚜기, (회의에) 부치다, 넙적하다'를 제시하고 맞춤법이 맞는 것을 찾으라는 문제를 가장 어려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은 주어진 자료를 이리저리 맞춰서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한데, 공무원 시험처럼 아무 자료도 안 주고 옳은 것을 찾으라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수능에서 국어에 대한 지식은 직접적으로 물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그래서 예비 수험생들에게는 월요일마다 이 칼럼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위에 있는 말 중 '깍뚜기'는 '깍두기'를 잘못 쓴 것인데, 실제 맞춤법 쪽지 시험을 쳐 보면 '깎두기, 깍둑이'와 같은 오답들이 꽤 많이 나온다. 먼저 '깎'을 쓰는 이유는 아마도 무를 깎아 놓은 것과 연관을 시켜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본다면 뒤에 오는 '두기'는 설명할 길이 없다. '깍뚜기'는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기 때문에 가장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런데 맞춤법 제5항에서는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라고 하면서도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 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고 규정을 하고 있다. '잔득'이라고 하면 울림소리 사이에 있는 안울림소리 ㄷ은 울림소리화한다. 이 규정은 실제 발음이 울림소리화하지 않고, '잔뜩'이라는 것을 표기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신 ㄱ, ㅂ과 같은 안울림소리 뒤에 안울림소리가 올 때는 자연적으로 된소리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깍두기, 몹시, 싹둑'은 된소리로 발음되지만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

그리고 맞춤법 제23항에는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쉽게 생각하면 어원이 분명하게 남아 있는 말은 원형을 살려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뚝이'의 경우는 '오뚝하다'는 말이 있고, '오뚝'이라는 어근이 '오뚝이'의 어원이 분명하기 때문에 '오뚝이'로 표기한다. 반면 '설거지'의 경우 '설겆'이라는 말이 현재는 남아 있지 않아서, 어원이 불분명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로 표기하는 것이다. '깍두기'의 표기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단단한 물건을 대중없이 자꾸 썬다는 뜻을 가진 '깍둑거리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깍둑이'로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그렇지만 '깍두기'가 '깍둑'에서 온 말인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깍두기'로 쓰는 것이다.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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