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서각의 시와 함께] 방문객-정현종(1939~ )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집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지성사, 2008.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고 한다.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한다. 그 빠른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는 얼마나 먼가? 그런데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감히 몇억 광년이라는 말이 있다.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생각하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우주는 광대무변하다.

우리는 이렇게 넓은 우주 가운데 지구라는 조그만 별에 산다. 지구 가운데서도 한반도 어느 지점에 살고 있다. 우주에 비하면 사람은 저 바닷가에 흩어진 수많은 모래알 가운데 하나보다 결코 크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바닷가의 모래알 중 하나와 또 다른 모래알이 물결에 휩쓸려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일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의 수효보다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치는 사람의 수효가 훨씬 많을 것이다.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얼마다 소중한 인연인가. 시인은 방문객이 온다는 것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와 더불어 오는 일이라 했다. 사람의 소중함, 만남의 소중함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시다. 누가 그대를 찾아온다면 설령 불청객일지라도 그는 그의 생애와 함께 오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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