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김준영(31) 씨는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차를 세운 뒤, 차 안 곳곳을 살폈다. 트렁크, 좌석 등을 모두 살펴봤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 보닛을 열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기온이 떨어지자 고양이가 따뜻한 곳을 찾다 자동차 엔진룸(보닛을 열었을 때 보이는 엔진 및 각종 차량 장치가 들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있었던 것.
이처럼 겨울이면 길고양이들이 자동차 엔진룸 속을 집 삼아 들어가는 일이 많아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 차 속에 있던 고양이가 운행 중 엔진벨트에 끼게 되면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차가 순간 멈출 수 있다. 계기판 이상 작동 등 차량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운행 중 생기는 열 등으로 고양이가 엔진룸에서 죽으면 엔진벨트 등 부품교체는 물론 세척까지 수십만원의 돈이 들 수도 있다.
실제 고양이가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는 일은 자주 발생한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이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가 ▷2011년 28건 ▷2012년 28건 ▷지난해 70건 있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기온이 떨어지는 11월에서 2월 사이였다.
최동학 전 대구시수의사회 회장은 "고양이는 좁고 어두운 틈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위를 싫어한다. 그래서 추워지면 운행을 끝내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엔진룸 같은 곳을 찾는데 몸이 유연해 전선, 호스 등 여러 장치로 복잡한 엔진룸 안에서도 자리를 잡고 오래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고양이 사고'를 예방하려면 시동을 걸기 전 운전자가 인기척을 내거나 차 문을 세게 닫아 고양이를 놀라게 해 도망가도록 해야 한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차에 타기 전 보닛을 툭툭 치거나, 차 문을 쾅 닫고, 좌석에서 발소리를 내 인기척을 내면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고양이들이 차 밑으로 빠져나가 고양이도 다치지 않고 차도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조완래(39) 씨는 "일부 차량 애호가들은 고양이의 침입을 막으려 엔진룸으로 통하는 공간을 차단하는 언더커버를 설치하기도 한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