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역사와 인류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 16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이 책은 '범죄'라는 렌즈를 통해 신화의 시대부터 고대, 중세, 근대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을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의 많은 굴곡이 범죄와 함께해왔다. 이 책의 제목인 '크라임 이펙트'(Crime Effect)는 역사의 순간에 충격을 가해 그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범죄를 강조하는 의미로 만든 조어다. 언론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형사사법학을 전공한 저자는 범죄는 단순히 역사의 부속물이 아니라,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에는 항상 범죄가 존재했고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역사를 정치, 경제, 예술 등의 관점에서 연구한 책들은 많지만, 정작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범죄'를 창(窓)으로 역사를 설명한 것은 거의 없다. 정치학자가 역사 변화의 주원인으로 정치를 내세우고, 경제학자가 역사의 동력을 경제로 설명하듯이, 저자는 '범죄'가 역사와 인류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 16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범죄라고 하면 살인이나 강도 같은 개인 범죄를 주로 떠올린다. 물론 역사적으로 암살이나 테러, 살인 같은 개인 범죄도 역사의 발전과 퇴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은 1차 대전을 촉발했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은 베트남전 확전을 불러왔다. 9'11테러는 감시와 검색 강화로 일상 활동의 변화는 물론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것은 전쟁이나 학살, 정복, 독재 같은 거시 범죄들이다. 그것들은 주로 국가나 그 시대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범죄'로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을 뿐더러 역사에서 영웅으로 대접받아왔다. 거시 범죄들은 인류를 고통에 빠뜨려왔지만, 막상 범죄로 역사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범죄를 없애는 것이 정의인데, 오히려 정의가 범죄를 합리화하는 데 악용되어 온 것이다.
이 책은 신화의 시대부터 시작해 문자와 법이 만들어지고 고대, 중세, 근대로 문명이 발전해오면서 왜 인류는 불행해졌는지를 '범죄'라는 잣대로 찾고자 한다. 범죄가 역사와 문명의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해왔고, 어떻게 변화를 추동했는지를 살핌으로써, 인류의 고통과 불행의 근원인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의 난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15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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