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동성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성서에 근거해 동성애를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성서의 동성애에 관한 언급은 그리 많지 않다. 창세기 19장 1∼28절,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 로마서 1장 24∼27절, 고린도전서 6장 9∼10절, 디모데전서 1장 10절 정도다.

'진보적' 성서해석자들은 이런 사실을 들어 동성애가 성서 저자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근본주자들은 이들 구절 중 몇몇은 분명히 남색(男色)을 죄라고 선언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히브리 성서가 그리스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당초의 의미가 불분명해지거나 성서가 쓰일 당시의 문화나 관습을 온전히 알기 어려운 사정 때문이다.

단적인 예의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읽히는 고린도전서와 디모데전서 속의 '아르세노코이타이'(arsenokoitai)라는 그리스어 단어의 의미다. 이 단어는 영어 성서에서 '변태성욕자'(perverts) '남색꾼'(sodomites) '동성애자'(homosexuals) 등으로 번역된다. 그러나 틀린 번역일 수도 있다. 이 단어가 남색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대 그리스 문헌들을 살펴볼 때 경제적'사회적으로 힘 있는 성인이 그렇지 못한 젊은 소년을 착취하는 것과 관련된 것인 듯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가장 오래된 교양' 크리스티 스웬슨)

동성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가 당시 이스라엘의 사회'경제적 요구와 배치되기 때문에 비난받았을 수도 있다. 레위기가 쓰인 시기는 바빌론의 유수(幽囚)와 그 이후의 재건기와 겹친다. 이때 히브리인들은 주변 민족에게 수적으로 압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식을 생산하지 못하는 동성애가 지탄받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기독교단체와의 면담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진보'좌파 진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이 그렇게 말한 것은 본심이 아니라 지지세 확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겠지만 어쨌든 동성애 반대 진영에 서게 됐다. 그런데 성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아닌지 명확히 말해주지 않는다. 신은 박 시장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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