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연기 차단시설 작동 불량…병원은 화재 감지기 연결선 끊겨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지만 많은 시민이 드나드는 대형건물의 소방 시설의 안전관리 실태는 심각한 우려 수준을 보이고 있다. 소방시설 종합점검 결과 대구시내 대형 마트, 백화점, 병원 상당수와 일부 초고층아파트 등에 설치된 소화'경보'피난설비 상당수가 작동 불량 상태로 시설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대형화재 취약대상 어디에 있나?

올해 소방방재청 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내 대형화재 취약대상은 309곳이다. 이 중 규모가 크고 이용자가 많은 곳은 종합정밀점검 대상이다. 서문시장, 삼성금융프라자, 현대백화점 대구점, 롯데 영플라자, 대백프라자, 경북대병원, KT대구본사 사옥(이상 중구), 파티마병원, 롯데쇼핑플라자 율하점(이상 동구), 영남대병원, 홈플러스 남대구점(이상 남구) 대구의료원, 두류 지하상가(이상 서구), 롯데백화점 대구점, 오페라하우스, 코스트코홀세일(이상 북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수성SK리더스뷰, 호텔 인터불고, 대구스타디움몰(이상 수성구), 이월드, 롯데백화점 상인점, 이마트 달서점, 보훈병원(이상 달서구) 등 160곳이 여기에 속한다. 현대백화점이 대구소방본부에 제출한 소방시설점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점검 전 지하 3층 메트로상가 연결통로에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지적받은 뒤 수리했고, 화재시 대피로에 연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제연댐퍼가 작동 불량이었다. 롯데아울렛 이시아폴리스의 경우 의류 창고 내 연기감지기와 화재경보기 등이 불량 판정을 받았고, 창고 내 스프링클러가 비닐에 싸여 있었다.

소방사다리가 닿지 않아 대형 재난 위험이 큰 초고층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두산위브더제니스 3개 동에는 소화기가 없거나 배치된 소화기가 작동되지 않았다. 2개 동에는 소방호스를 연결하는 관창이 없었고, 경보를 울려야 할 경종이 불량 상태인 곳도 다수였다. SK리더스뷰도 소화기구'소화설비 불량으로 조치를 받은 경우가 48건이었다. 연기를 막는 제연댐퍼가 작동하지 않거나 비상 대피로가 되는 옥상 출입문 개방 장치가 불량인 곳이 있었고, 일부 피난 유도등은 꺼져 있었다. 소화전함에 노즐이 없거나 파손된 경우도 있었고, 주차장 내 방화설비도 불량 판정을 받았다.

칠곡 경북대병원의 경우 감지기 연결 선이 끊어져 있거나 피난 유도등이 불량이었고, 홈플러스 내당점은 훈련'화재에 대비한 자위소방대가 제대로 편성돼 있지 않았으며 매장과 주차장 사이에 피난 유도등도 없었다.

◆소방안전관리자 교육도 부실

현행법은 대형화재 취약대상은 규모나 위험 여부 등에 따라 특급, 1급, 2급 등으로 분류해 소방안전관리자를 두도록 하고 있다.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은 소방기술사'소방시설관리사 등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 위험물안전관리사, 소방공무원 근무경력자와 이론교육 이수 후 필기시험 합격자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강습교육과 필기시험이 부실해 대형건물 소방안전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기시험 전 강습교육은 이론교육 위주고, 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필기시험 응시 자격을 줘서 화재 현장에 적용하기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2005년 이후 필기시험의 합격선은 60점인데, 평균 합격률이 80%를 넘어 운전면허학과시험 합격률보다 높다. 겉핥기식 강습에 명목상 시험이라는 것이다. 전문교육이나 실무에 어두운 단순근무경력자도 선임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 안전행정위 조원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달서병)은 "일부 대형화재 취약대상은 소방관리업체에 업무를 위탁하지만 '을'의 지위에 있는 소방관리업체가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눈 감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형화재 취약대상 중 종합정밀점검 대상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의무점검을 하도록 돼 있지만, 나머지 경우는 일선 소방서가 선택적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조 의원은 "소방특별조사가 종합정밀점검보다 부실한 편이고, 그나마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소방안전관리자 실무교육도 부족하다. 2년에 한 번, 4시간이 전부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소방안전관리자 교육 시간을 늘리기에 현실적 문제가 있다. 현장 실무 중심으로 교육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