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카이노스(kainos)를 꿈꾸는 2015년

바야흐로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이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니, 2014년은 대한민국에 참 잔인한 해였다. 1월 유례없는 대형 카드사들의 잇단 정보 유출, 4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전국 도처에서 발생한 갖가지 화재와 폭발들.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과 일명 '물 수능'으로 불리며 고3 수험생들과 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린 11월의 수능시험까지.

유난히 많았던 사건'사고로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와 안타까움을 안겨 준 대한민국의 2014년은 오랜 먼지처럼 한구석에 묵혀 뒀던 갖가지 적폐와 모순을 한꺼번에 공기 중으로 드러냈다.

모두가 "어서 2014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2015년에는 이런 부정적인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묵혀 뒀던 먼지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먼지들은 차곡차곡 쌓여 또다시 우리의 기관지를 위협할 것이다. 우리 주변의 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본질적으로 완전히 새로워지는 개인과 사회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리스어에는 '새로움'을 의미하는 '카이노스'(kainos)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역시 그리스어인 '네오스'(neos)와 같이 '새로움'으로 번역되지만 사실 속뜻은 완전히 다르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등장할 사물이나 현상이 '네오스'라면 원래 존재하던 사물이나 현상이 질적으로 아주 새롭게 변화되는 것이 '카이노스'다. 이제 곧 찾아올 2015년을 매년 맞이하는 네오스의 해로 여길 것인지, 아니면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모색하여 또 다른 발전의 기회로 삼아 각 개인과 국가의 질적인 향상을 꿈꾸는 '카이노스'의 해로 여길 것인지는 지금의 우리 마음에 달렸다.

카이노스는 삶의 작은 부분들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한 예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QI(quality improvement)도 작은 카이노스라 할 수 있다. '의료의 질 향상'을 뜻하는 QI는 의료 조직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의료 업무의 지속적인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QI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의사들도 스스로 진료의 질을 높여가며 국민들에게 더욱 새로워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각 병원에서 실천하는 이러한 작은 카이노스가 훗날 우리나라를 의료 선진국으로 만드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12월 한 달, 지나온 시간을 곱씹으며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각 개인에게 어떤 카이노스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보자. 2015년 새해가 누구에게나 새롭게 시작하는 단순한 새(neos)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마음의 각오와 생활 곳곳의 질적인 변화를 이루는 새(kainos)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크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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