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이슬람국가(IS)의 인질로 붙잡혀 있던 고토 겐지(後藤健二'47) 씨 참수 비보로 충격에 휩싸였다.
이슬람국가는 1일 오전 5시쯤 인터넷을 통해 고토 씨를 참수했다고 주장하는 1분가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고토 씨와 함께 붙잡고 있던 또 다른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 씨를 참수했다고 밝힌 지 8일 만이다.
'일본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는 영어 문자로 시작하는 영상에서 고토로 추정되는 남성은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의 옆에 복면을 하고 칼을 든 남성이 서서 일본 정부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서방 인질 참수 영상에 등장했던 '지하드 존'과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영국 남부 억양의 영어로 "너희는 이슬람 칼리파 국가의 권위와 힘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동참하는 부주의한 결정 때문에 이 칼은 겐지 뿐만 아니라 너희 국민을 계속 겨냥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의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고토 씨가 살해된 이후 모습을 담은 정지 화면이 등장했다.
영상 왼쪽 상단에는 IS의 홍보부서가 성명 등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로고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S는 이날 고토 참수 주장 영상에서 자신들이 인질로 붙잡고 있는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테러행위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 테러리스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으며 그 죄를 갚도록 국제사회와 연대할 것이다. 일본이 테러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량지원, 의료지원 등 인도 지원을 더욱 확충하겠다면서 "(이번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에게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등을 위해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가 IS의 테러대상이 되지 않도록 단독 외출을 금지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고토 씨와 요르단 조종사가 1월 30일 이미 살해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토통신은 1일 고토 씨가 IS의 본거지인 시리아 북부 락까 주변 지역에서 1월 30일 낮 이미 살해됐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S 사정에 밝은 요르단의 이슬람 정치운동 전문가 마르완 셰하데 씨가 31일(이하 현지시간) 정보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이같이 말했다. 셰하데 씨는 이와 함께 IS가 구속 중인 요르단군 조종사도 30일 살해됐으나 요르단 정부가 대항 조치로 IS가 석방을 요구한 여성 테러리스트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할 것을 우려, 조종사 처형을 발표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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