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렁이 구한 안동판 '워낭소리'…불난 축사 소 풀어주려다 참변

안동 풍천면 60대 화재로 숨져 "10여 년 가족처럼 끔찍이 아껴"

8일 오후 9시 35분쯤 안동시 풍천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자 주인이 소를 구하기 위해 축사에 뛰어들었다. 소는 가까스로 구했지만 자신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런 소식을 들은 이웃 마을 주민이 화상을 입은 소를 치료해 주었다.
8일 오후 9시 35분쯤 안동시 풍천면 한 주택에서 불이 나자 주인이 소를 구하기 위해 축사에 뛰어들었다. 소는 가까스로 구했지만 자신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런 소식을 들은 이웃 마을 주민이 화상을 입은 소를 치료해 주었다.

"가족처럼 함께 지내던 소가 불에 탄다고 생각하니 물불 가릴 것 없이 불길에 뛰어든 겁니다."

8일 오후 9시 35분쯤 안동시 풍천면 김모(64) 씨 집에서 불이 나 김 씨가 숨지고 주택과 창고, 축사 등을 태워 4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은 김 씨가 불이 난 축사에서 가족처럼 아끼던 소를 구하려다가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김 씨가 불이 난 축사에 소를 풀어주려고 들어갔다가 소는 밖으로 내보내고 김 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들은 "농사의 절반을 책임졌던 소였다. 좋은 것만 먹이는 등 정성이 대단했다"고 기억했다. 김 씨는 2003년부터 이 소를 키웠고, 6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서 한 마리뿐인 이 소와 함께 생활해 왔다. 김 씨는 서울에 부인과 자식들을 보내고 혼자 농사를 지었다. 대대로 내려오던 밭을 자신이 지키고자 혼자 고향에 남은 것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 때문에 기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밭을 갈거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등 궂은 일은 소가 대신해줬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이웃들은 김 씨의 소 사랑이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자신은 식은밥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매일 소가 먹을 죽만큼은 직접 쑤어주는 등 정성을 다했다는 것이다.

화재가 난 날에도 김 씨는 쇠죽을 끓이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불씨가 축사로 번져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도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당 한 편에 털이 약간 그을린 소가 나와있었고, 화재 진화 중 축사에서 김 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9일 김 씨의 가족들은 안동에 내려와 소를 처분했다. 축사까지 모두 불타 소를 매둘 곳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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