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대인의 발가락 건강-발병 난 足足, 하이힐부터 벗으세요

직장인 유지혜(가명'30) 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서 있는 일이 많았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탓에 불편하고 굽 높은 하이힐을 벗을 수도 없었다. 발가락 아래에는 굳은살이 배겼고,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밀려왔다. 안쪽으로 굽은 엄지발가락 때문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 식당은 손사래부터 쳤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유 씨는 "무지외반증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있는 부위다. 특히 발가락은 자주 볼 일이 없고, 항상 신발 속에 숨어 있는 탓에 외면받기 쉽다. 하지만 발가락은 지면을 박차고 걷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발가락에 문제가 생기면 걷는데 지장을 받고,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걸음걸이나 체형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신발이나 보행습관 때문에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발가락 질환은 무지외반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 환자는 2만4천여 명에서 4만2천여 명으로 77%나 급증했다.

현대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무지외반증의 주범은 하이힐이다. 신발코가 좁고 굽이 높은 하이힐은 발가락을 조이고, 걸을 때마다 발가락 앞쪽으로 체중이 실리기 때문에 발 모양을 변형시킨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면 엄지발가락의 관절은 바깥쪽으로 치우치고 발뒤꿈치 쪽의 뼈는 안쪽으로 돌출된다. 이로 인한 가장 흔한 증상은 발가락 관절의 통증이다. 발가락 관절 안쪽이 튀어나오면서 신발에 부대껴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긴다.

엄지발가락이 정상적으로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게 돼 검지발가락이나 중지발가락 아래쪽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을 느낀다. 심해지면 엄지발가락이 검지나 중지발가락과 겹쳐 관절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무지외반증이 모두 하이힐 때문은 아니다. 날 때부터 발가락 앞부분이 안쪽으로 휘었거나 평발 또는 넓적한 발, 지나치게 유연한 발, 발가락 관절면의 각도가 과한 경우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지외반증은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남자의 자존심, '키 높이 깔창' 때문이다.

◆다른 발가락은 지간신경종과 소건막류

지간신경종도 불편한 신발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걸을 때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이 아프다면, 발가락 신경에 이상이 생긴 지간신경종일 가능성이 있다. 지간신경종은 발바닥을 이루는 5개의 뼈로 구성된 중족골과 발가락 사이를 지나는 신경인 지간신경이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고 두꺼워지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증세는 걸을 때 앞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주로 발바닥 쪽과 발가락 통증, 발가락 저림과 발가락 사이에 감각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서서 걷거나 불편한 신발을 신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신발을 벗고 앉거나 누우면 증상이 사라진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환자 수가 8∼10배까지 많다.

지간신경종은 무지외반증이나 평발 같은 발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무지외반증이나 평발은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에 지나치게 힘이 쏠리기 때문이다. 꽉 끼고 굽이 높은 신발이 원인이지만 가족력에 의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끼발가락이 바깥으로 휘는 소건막류도 있다. 새끼발가락과 중족골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새끼발가락의 관절부가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선천적으로 바깥으로 휘어 있는 새끼발가락이 문제지만 하이힐 등으로 과한 압력을 받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돌출된 부분이 직접적으로 신발 내부와 마찰을 일으켜 피부조직뿐 아니라 건인대조직, 골막조직까지 염증을 일으켜 걸을 때마다 새끼발가락 쪽에 통증을 느낀다. 무지외반증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많이 걸으면 불편하고 발가락 아래 굳은살이 배기면서 아프게 된다.

◆편한 신발 도움되지만 심하면 수술 필요

발가락뼈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들은 우선 신발을 바꿔야 한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를 할 수 있다.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나 발가락 아래가 자극되지 않도록 하는 교정기를 쓰기도 한다. 교정기는 바깥쪽으로 벌어진 발가락을 안쪽으로 당겨주는 역할을 하며 변형을 교정하기보다는 더 이상 진행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형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효과가 높지 않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다. 수술 방법은 환자의 나이와 변형 정도, 환자의 불편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 내고 안팎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 및 연부 조직을 늘려준다.

무지외반증은 수술 다음 날이면 특수 신발이나 부목을 한 상태에서 뒤꿈치로 딛고 걸을 수 있다. 수술 후 6주부터 발 전체를 디디고 걸을 수 있으며, 8~10주경에 수술 부위를 고정한 철심을 제거한다. 평소 신던 신발은 보통 수술 후 3개월부터 신을 수 있다.

지간신경종은 문제가 되는 신경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수술 후 발가락에 이상감각이 느껴지거나 재발 가능성이 있다.

영남대의료원 정형외과 박철현 교수는 "발가락 질환을 예방하려면 하이힐이나 킬힐 등 뒷굽이 높은 신발을 신지 않는 게 우선"이라며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면 하루 6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발가락을 오므렸다 펴주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발 크기보다 1~1.5㎝ 여유 있는 신발을 신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 영남대병원 정형외과 박철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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