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연말정산 포퓰리즘적 정책 탓
정치권 표 의식 공제 항목 잔뜩 만들어
IT강국에 웬 종이서류는 그리 많은지…
연말정산 국가적 낭비요소부터 고쳐야
연말정산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복지와 증세 논쟁으로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예상컨대 결론이 나지 않는 국력 소모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연말정산에서 생각한 것보다 더 세금을 내야 해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은 되지만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고 내가 낸 세금이 국가 전체를 위해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면 감수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증세와 복지 논쟁이 아니다. 수많은 세객(說客)들이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한창 격론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서까지 언급하면 독자들이 식상할 듯하다. 오늘은 연말정산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대통령은 항상 창조경제를 강조한다. 그 창조경제라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변의 낭비적인 요소를 없애고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연말정산이 과연 창조경제에 부응하고 있는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우선 연말정산이 왜 이리 복잡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건 조세 행정 당국의 문제는 아니다. 저자가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선진국들은 거의 대부분 연말정산 제도라는 것이 없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매년 새로운 항목이 신설'폐지되고 계산 방법도 점점 더 복잡해진다. 그 이유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정책의 남발과 그 뒷수습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저소득층을 위한답시고 공제 항목을 잔뜩 만들어 놓았다. 그러니 세수가 모자라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세율을 조정하고 다시 새로운 증세 항목을 만들고 하는 짓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도 수시로 바뀌는 제도로 골머리가 아플 것이다.
다음 의문은 과연 한국이 IT 강국이 맞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몇 년 전에 비해 연말정산 제도가 전산화 진전으로 상당 부분 간소화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낭비적 요소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종이로 된 서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근로소득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탈세나 누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래서 봉급생활자의 소득을 유리지갑이라 부르지 않는가. 연말정산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 4대 보험, 카드 사용분, 의료비, 민간보험 등은 거의 대부분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개인별 자료를 국세청에 등록한다. 그래서 연말정산간소화 시스템에서도 그러한 자료들을 개인에게 통합하여 제공한다. 문제는 왜 그것들을 개인이 다시 다 출력하고 각종 서류를 일일이 작성해서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요약하면 대부분의 항목들을 국세청이 파악을 하고 있는데 왜 개인이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말정산 기간 동안 국세청에 접속하여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만 확인하고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정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종이로 된 서류가 왔다 갔다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연말정산을 위해 소모되는 행정 비용도 크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연말정산 관련 작업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근로자 1인이 한 시간에 창출하는 명목 GDP 규모는 1만5천원 정도다. 만약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 인원이 약 1천600만 명이라고 가정하고 평균적으로 반일 정도의 근무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면, 연말정산 때문에 잃어버리는 전체 기회비용은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조차도 행정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은 IT 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일 만큼 잘 갖추어진 IT 인프라가 있다. 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면 해마다 연말정산 때문에 발생하는 국가적인 낭비 요소를 없앨 수 있다.
물론 조세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 연말정산의 불필요성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보다 혁신적인 조세 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창조경제에 부합되는 조세 행정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 전에 연말정산 제도의 순수한 취지를 해치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게 만드는 정치권의 행태부터 창조경제에 부합되게 뜯어고쳤으면 한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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