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편지-사랑하는 딸 희진에게

늦둥이 딸내미가 집 떠나 타지로 나간 지도 한두 해 세월이 흘러 그럭저럭 7년째 되어가는구나.

그때 처음으로 너를 보내고 벽에 걸려 있는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얼마나 울었던지. 배우고 익히기 위해선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인데 늘 안쓰럽고 불안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하고 잘 지내는 너를 볼 때 대견하고 기쁘지만 때론 미안한 마음에 엄마는 가끔 눈물을 흘리곤 했단다.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해서 유난히 많이 울고 생떼를 부렸던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하고 꾸중만 했던 비정한 엄마를 돌이켜 보면 마냥 부끄럽구나.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으니 죽도록 일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이유의 전부였지. 그러나 지금은 후회하고 있단다.

한순간 스쳐 지나간 유년의 오빠와 너의 예뻤던 모습을 가슴 깊이 담아놓지 못해 그걸 찾아보려고 기억을 더듬어 가면 갈수록 바보처럼 살았던 그 시절을 잊을 수가 없구나. 속절없이 가버린 지난날의 아쉬움이 켜켜이 쌓여 있는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 슬픔과 괴로움 억울함 고단함 모두 다 이겨내고 아들과 딸 바라보며 그래도 행복했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우리들의 인생이길. 무사히 지나왔기에 고통도 아픔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이제는 엄마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다 커버린 너.

반대로 엄마를 보호하고 먹을 걸 챙겨주는 예쁜 딸!

올 8월 영어 교육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힘들고 어려운 임용고시에 도전하는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 엄마 속이 타들어가는구나.

혼자서 많이 외롭고 두렵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은 너를 믿고 끝까지 도와주고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해주기만 바라면서 꼭 건강해야 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바보 엄마가.

이남숙(구미시 신비로)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