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조합장선거가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연초에 고향 친구 모임에 갔을 때 일이다. 친구들은 필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모임에서 술이 몇 순배 돌자 친구들이 속내를 필자에게 털어놓는다.
"후보자들이 돈 좀 쓰게 놔둬라! 돈 있는 사람 돈 다 쓰고 (당선)되든지 말든지." "조합장 되면 면 지역 4대 기관장 중 한 사람이다. 명예도 얻고 봉급도 많이 받고, 1년에 1억 번다고 하는데 4년이면 4억 아니가? 4억 써도 명예가 남으니 이익인데 돈 좀 쓰게 해라."
지난 설날 차례를 지나고 조합장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친척 중 한 사람이 이런 말도 했다. "후보자가 돈 좀 쓰게 놔둬라. 촌사람 돈 좀 얻어 쓰도록."
며칠 전 달성지역의 모 조합장 선거에서 입후보예정자가 조합원에게 현금 5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사례가 있다. 몇몇 사람들은 돈을 뿌린 입후보예정자보다 신고한 사람을 더 비난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고 한다. 돈을 뿌린 사람이 마땅히 비난을 받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선거구민은 공직선거를 앞두고 모임 등이 있을 때에는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여기 사람들 몇 명 있는데 와서 인사하고 가이소"라며 은근히 식대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공직선거에서는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조합장선거에서는 아직도 조합원들이 식당에 모여 후보자 측에 인사하러 오라고 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대구지역 조합장선거 전체 입후보예정자가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의 입후보예정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제발 선관위에서 조합원이 후보자에게 돈 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부탁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조합원의 의식이 심히 우려가 되었다.
달성지역 모 조합장선거에서 금전 제공 사실을 신고한 사람이 한 말을 인용하여 본다. "조합장선거를 돈으로 치르면 돈 없는 사람은 조합장을 할 수도 없고, 돈이 많다고 (돈으로) 조합장(직)을 다 하면(사면) 대한민국 어떻게 되겠습니까?"
신고자와 같은 바른 생각을 가지고 바른말을 하는 조합원이 있는 한 조합장선거의 앞날은 밝다. 또한 모든 조합원이 신고자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런 날이 온다면 신고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농어촌이,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최호길/대구시선관위 지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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