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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의 '옛날옛적에'] 비록 나쁜 임금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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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너는 나쁜 임금을 만났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옛날 조선시대 연산군 때의 일이었어.

홍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벼슬살이를 하고 있었어.

"전하,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입니다. 부디 어진 정치를 하소서."

"전하, 용서할 줄 알아야 성군이 되실 수 있습니다. 지난 일은 다 잊으시고 오직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소서."

연산군이 난폭해지자 이 선비는 임금에게 여러 차례 간하였어.

그러나 연산군은 들은 척 만 척 계속 궁궐에 피바람을 일으켰어.

'아, 이러한 임금을 더 모셔서는 아니 되겠다. 함께 죄를 짓는 것이다.'

이 신하는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갔어.

시골에서 이 신하는 손수 밭을 갈고 나무를 해 때며 근근이 살아갔어.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왔어.

"그대는 곧 상경하여 옛 벼슬자리를 지키기 바란다."

연산군이 쫓겨나고 새로운 임금 중종(中宗)이 들어선 거야.

'이제는 정치를 바르게 하겠지.'

이 신하는 곧 행장(行裝)을 꾸려 한양으로 길을 떠났어.

들판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게 되었어. 산길은 강가 옆 비탈로 나있었어. 옛날에 토끼가 다니던 길을 조금 넓혀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이었어. 조금만 헛디디면 금방이라도 깊은 강물로 떨어져 목숨이 위태로웠어.

이 신하는 이 토끼비리길을 걸으면서 연신 어두운 얼굴이었어. 앞으로 나아가자니 험했고 내려다보자니 현기증이 날 정도로 위태로웠던 거야.

'아, 지금의 나의 사정이 꼭 이와 같구나. 새로운 임금이 들어섰다고는 하나 어지러운 세상이라 앞날이 걱정이고, 돌아보니 물러난 임금은 비록 폭군이었다 하더라도 나의 옛 임금이 아니었던가? 한때 내가 모시던 임금을 버리고 또 새로운 임금을 모시는 것은 불사이군(不事二君)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다. 나는 새로운 임금 아래로 갈 것이 아니라 시골로 되돌아가야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험한 길을 다 벗어나게 되었어. 이제 나룻배를 타고 냇물만 건너면 편안한 길이 시작되었어.

그러나 그 신하는 되돌아섰어.

'나는 다시 시골로 가야 한다. 비록 먹을 것이 없고 집이 비좁더라도 옛 임금을 버릴 수는 없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다시 험한 길로 들어섰어.

그 뒤에도 나라에서는 이 신하에게 계속 한양으로 올라와 벼슬을 하라는 연락이 왔어.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이 신하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핑계를 대고 한양으로 가지 않았어.

그리고 이름도 숨기고 점점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갔어.

그 뒤, 이 신하의 소식은 더 들을 수 없게 되었어.

다만 그 선비가 한양으로 올라가다가 돌아섰던 자리는 '개여울'(犬灘)이라고 해서 지금도 경상북도 문경에 그 이름이 남아있단다.

그래, 너는 이 선비가 살아간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비록 나쁜 임금이었지만 버릴 수는 없다는 태도에 대해서.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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