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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종이로 만든 시차 2-종이배-김경주 (1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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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종이배를 닮았다. 종이배를 접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침묵을 통해 종이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종이배를 배우면서 침묵을 익힌다. 유년에 느끼는 침묵의 질감은 종이배의 질감과 같다. 어떤 종류의 종이배를 수면에 띄운다는 것은 어떤 종류의 침묵을 이해해 가는 것이다.

종이배에 태워 준 사마귀는 돌아오지 않았다. 종이배는 가라앉지 않는다. 종이배는 침몰하지 않는다. 충분히 젖어 무거운 종이배는 거꾸로 물속에 뜬 채 흘러간다. 종이배는 선원이 없다.(……)

종이배가 물에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어떤 선을 보는 것이다. 희미하게 비린 선. 종이배는 점점 자신의 선으로 잠겨 들어가며 시선에서 사라진다. 종이배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지만, 종이배는 자신보다 작은 새끼 종이배를 태운 채 흘러가기도 한다. 물로 흘러간 두 개의 겹쳐진 종이배는 가장 안쪽 선실부터 젖는다.

(부분. 『시차의 눈을 달랜다』 민음사. 2009)

모든 대상은 자신의 두 절반이 서로 유사함이 없이 이중적이다. 그것의 절반은 잠재적인 이미지인 반면 다른 절반은 현실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두 절반은 서로 동등하지 않으며 서로 짝이 맞지 않는 절반들인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이 표현은 시의 종이배에도 들어맞는다. 현실 속의 종이배와 유년의, 잠재적인 종이배는 서로 다르다. 물론 현실의 종이배 질감은 유년의 그 질감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그러나 유년의 종이배는 더 이상 종이배가 아니라 수많은 과거가 탑재된 기억의 덩어리다.

침묵으로 가라앉은 유년의 기억들은 각각 수많은 문들을 달고 있어서 그 문으로 들어갈 때마다 우리는 가라앉지 않고 떠 있는 수많은 종이배와 종이비행기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시간은 그것들을 우리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사라지게 할 것이지만 가장 안쪽 선실부터 젖은 기억의 시간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미래로 흘러든다.

문제는 그것들이 무의식의 영역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동행한다는 것. 그것들은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표상할 때마다 수많은 문 중 하나를 왈칵 열어젖히며 짝이 맞지 않는 절반을 우리 현실 위에 비벼대는 것이다. 시차(時差)가 동시적으로 공존한다는 것, 그것은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픔으로 온다.

이 시를 읽으며 우리는 아마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세월호가 잠재적 이미지가 되고, 가라앉지도 않은 채 미래로 흘러들면서 우리에게 아픔이 되는 시차의 이미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세월호는 뭍으로 옮겨져야 하고 진실은 햇빛 속에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 이 시를 거꾸로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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