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펄의 '영 프로'(O% 또는 Young Pro)는 신진 작가로 데뷔 후 꾸준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해 가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영프로에 참여하게 된 작가는 여성적 감성을 설치(Installation)로 보여주는 이소진 작가와 적막한 도시의 풍경을 그만의 회화적 기법으로 보여주는 신준민 작가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작가는 개인의 역량을 확장시키기 위한 소그룹 활동으로 자신의 창작활동을 역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주목할 만한 작가이다.
이들 두 작가의 전시회가 1일부터 19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린다. 이소진 작가는 자신의 기억 저편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부유하는 생명의 원형질을 색채로 감싸놓은 듯한 표현기법의 평면작업에서 지금은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꿈틀거리는 그 어떤 생명처럼, 공간을 향해 자유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평면적인 사각의 틀을 벗어나 다채로운 형상으로 변모하는 이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생명의 숨결로 오감을 동원해야만 감상이 가능한 설치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가의 오감을 통해 선택된 강렬한 색상과 다양한 오브제의 결합은 새로운 생명이 되어 달콤한 상상력이라는 주술을 걸어 놓는다. 이 작가는 "죽음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새로 시작되는 것이다. 저의 작품은 순간의 보존 혹은 기념물과 같다. 행복했던 순간의 감성을 가둬두고 싶은 욕망이 투영된 것"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솜과 천, 실, 오브제들이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결합하고 연결되는 과정인 기억의 저편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 여행을 지나면 하나의 부유하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 이것은 무의식 속에 있는 기억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이고 잠재된 상상력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작업을 통한 의식행위이다. 이 작가는 이러한 의식행위에 대해 "무엇이든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것보다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 감정, 직감 등을 통해 타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준민 작가는 회화적인 풍경 속에서 자신의 감성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해 회화적 기법으로 담아낸다. 그가 발견하는 풍경은 의도된 낯섦이 아닌 매우 익숙한 풍경에서 우연히 인식되는 낯섦이다. 신 작가의 '전시된 자연'이 갖는 의미는 마치 잃어버린 것을 찾은 것처럼 들뜨기도 하고 반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을 잃어 버린 듯한 상실감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일상에서 발견하는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은 자연의 빛, 그림자 같지만 다른 심리적 변화와 작은 차이들이 만나 그만의 풍경이 된다. 신 작가가 선택한 낯선 풍경은 '달성공원 시리즈'를 통해 좀 더 과감하게 표출되고 있다.
휴일의 왁자지껄했던 동물원과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시간에 텅 빈 동물원을 응시하면서 가졌을 작가적 감성은 야생의 자연과 인공의 자연을 동시에 경험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며 느꼈던 젊은 작가의 감성은 동물원의 철창에 비치는 한여름 뜨거운 햇볕과 장마철에 무수히 쏟아지는 빗줄기가 완강한 시멘트 바닥에 세워진 녹슨 철창에 매달린 한 마리의 동물과 마주하게 한다. 신 작가는 도심 속 동물원을 '전시된 자연'이라 표현한 것처럼 보는 자와 보여지는 대상 사이의 수많은 레이어만큼이나 반복되는 붓질에 의해 회화적 풍경으로 나타낸다. 그는 "나와 그곳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호흡의 방식으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달성공원을 산책했다. 햇빛이 철창을 녹일 듯한 한여름에도,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도, 어둠으로 가득한 밤에도 그곳을 산책했다"고 할 정도로 그의 회화적인 풍경은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산책하면서 온몸으로 느꼈던 공간의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중첩시켜 같지만 다른 시간과 공간이 겹쳐진 풍경을 그린다. 053)651-6958.
최재수 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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