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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의 시와함께] 지상(地上)의 詩-김현승(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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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아름다운 눈을 위하여

보다 아름다운 눈물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상실의 마지막 잔이라면,

詩(시)는 거기 반쯤 담긴

가을의 향기와 같은 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만이, 남을 만한 진리임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저무는 일곱 시라면,

詩는 그곳에 멀리 비추이는

입 다문 창들…

 

(……)

천사들에게 가벼운 나래를 주신 그 은혜로

내게는 자욱이 퍼지는 언어의 무게를 주시어,

때때로 나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시는

오오, 地上의 神(신)이여, 地上의 詩여!

 

(부분. 『옹호자의 노래』. 1963)

 

미안해요. 눈물 흘리는 당신에게 나는 나의 詩밖에 줄 것이 없어요. 나의 시는 꽃향기의 달콤한 술도 아니어서 모든 계절을 쏟아부어도 당신의 잔은 비어 있고, 아 나의 시는 메마른 모래강과 같아요. 흔한 사랑조차도 당신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니 나는 그저 우두커니 계절의 모퉁이에 서서 울음으로 흔들리는 당신의 어깨만 바라봅니다.

슬퍼하지 마세요. 아름답게 사라지는 것만이 오직 남은 우리의 진리임을 알지만 사라지는 것들을 위해, 그대를 위해 나는 나의 모든 창문을 열고 노래할 수 있을까요? 아니 노래하고 있나요? 노을이 마지막 남은 나의 언어들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내게 천사의 가벼운 날개를 허락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어둠 속을 번져가는 내 무거운 언어라도 그대에게 주는 마지막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그대가 나의 슬픔을 위로해 주었듯이 미래의 언젠가에는 내 가난한 시가 당신 슬픔의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이 나의 위로가 될 거에요. 들어주세요. 나의 사랑, 이 지상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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