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단락 인문학] 한 단락 인문학을 시작하며

'옳음에 대한 열정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자기 확신에 대한 겸손한 성찰을 초과하게 되면 분열은 돌이킬 수 없다'는 글귀를 읽었습니다. 혹시 나도 그렇지 않을까 돌아보게 만든 두려운 글귀였습니다. 3년 전부터 조금씩 시작했던 인문학에 대한 정책이 '인문 교육'이란 이름으로 정리되고,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어떤 의미로든 주목하게 되면서 오히려 번민의 시간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도 분명히 많을 거라는 두려움이 늘 나를 괴롭혔습니다.

30여 개의 초'중등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함께 걸어온 동료에게 질문지와 설문지를 동시에 보냈습니다.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대상이 누구이든 일단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 공문으로 만나면 뭔가 모르게 반감이 든다는 의견, 성과 위주로 흐를 우려, 너무 급하게 앞으로만 달린다는 걱정, 획일적으로 이루어져 다양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 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했습니다. 현재 입시제도 아래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면서 그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겠다는 표현에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든 정책이 제도의 개선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최근 주위에서 인문 교육에 대한 매뉴얼을 준비해 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을 주저하는 이유는 정책의 획일성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교육청이라는 곳에서 매뉴얼이 나가면 그것대로만 실천할 소지가 큽니다. 인문학은 사고나 방법에 대한 고민, 그 자체가 소중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인문학인 것이지요.

'논어'가 고전인 이유는 텍스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시대적'개인적'사회적 재해석에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유로움입니다. 인문 고전 목록이 배부된 다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논어'를 초등학생이 과연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다음 반응은 특정 작품은 들어가고 다른 작품은 왜 빠졌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드렸습니다. 목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됐고, 어떤 책을 대상으로 했는지 누차 밝혔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이 코너가 마련되었습니다. '논어'는 어렵습니다. 어른조차 모든 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초등학생에게 읽으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텍스트에 다가가는 길은 여러 가지입니다. 다양한 수준의 텍스트가 있으니 초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됩니다. 어떤 수준과 방법으로 아이들과 활동할 것인가에 대한 자료는 조만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코너는 선정된 텍스트를 대상으로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집필합니다. 교사와 아이들이 더불어 나누는 인문학의 현장을 함께 해보시길 바랍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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