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탄소기업 도레이와 항공기업 보잉이 경북에 둥지를 틀었다. 도레이는 보잉이 경북 영천에 항공전자 유지'보수'정비(MRO)센터를 건립해 입주한 것을 보고 경북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도레이는 보잉 787을 비롯한 항공기에 탄소섬유를 적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탄소기업이다. 보잉은 영천에서 F-15 전투기의 항공전자부품을 정비한다. 장기적으로 경북의 신성장동력인 탄소산업과 항공산업의 결합 효과도 기대된다.
◆도레이와 보잉 항공기 재료 혁신
도레이와 보잉이 탄소섬유 복합재료로 민간 항공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도레이는 '꿈의 신소재'인 탄소섬유 복합재를 '꿈의 여객기'라 불리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적용, 연료 효율을 20%가량 높인 친환경 항공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잉 787기의 경우, 비행기 동체와 날개를 포함해 전체 구조재의 50%가 탄소 복합재로 구성돼 있다. 민항기의 탄소 복합재 시대가 열린 셈이다.
도레이는 2006년 보잉과 7조원 규모의 계약을 한 데 이어 최근 차세대 항공기인 B-777X에 탄소섬유 제품 공급을 포함해 10조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확정 지었다.
도레이는 자회사인 구미 도레이첨단소재㈜와 함께 2020년까지 구미 하이테크밸리(5국가산업단지)에 1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도레이로부터 탄소섬유 기술을 이전받아 구미 4국가산업단지 내 3공장에 탄소섬유 1, 2호기를 지어 연간 4천7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급체계를 갖췄다.
도레이는 구미 하이테크밸리에 탄소섬유 및 성형가공 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 아시아 탄소섬유 핵심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도레이는 탄소산업 육성을 위해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경북도 '융복합 탄소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 탄소산업 도약 발판 마련
경북도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 중인 탄소성형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최근 기획재정부의 올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대상으로 선정돼 탄소산업 거점 육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융복합 탄소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구미 하이테크밸리 내 66만1천㎡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총 사업비 5천억원(국비 2천175억원, 지방비 255억원, 민자 2천570억원)을 투입해 추진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탄소성형 부품 상용화 시험'평가'인증센터, 리사이클링 센터, 탄소복합재 부품기업 집적단지 등이 들어선다. 탄소산업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의 제품 상용화를 지원하게 된다.
경북도는 탄소성형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마무리 시점인 2020년 일자리 3만 개 창출 및 64조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탄소산업 국가 경쟁력도 현재 세계 8위에서 4위로 도약하게 된다.
◆탄소산업 발전 기반도 탄탄
탄소산업은 탄소 원료(원유, 가스, 석탄)로부터 탄소섬유, 인조흑연,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흑연에서 떼어낸 나노 신소재) 등 탄소계 소재를 생산해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기로, 태양전지 등에 적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다.
탄소소재는 고강도, 고전도성, 내마모성 등 우수한 특성으로 기존 소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21세기 신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탄소소재의 무게는 철의 4분의 1, 강도는 철의 10배나 된다.
세계 탄소산업의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로 미국, 일본, 독일 등 특정국가에서만 상용화하고 있는 정도다. 세계 탄소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216조6천억원에서 2020년 788조원, 2030년 1천559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2010년 12조6천억원에서 2020년 46조3천억원, 2030년 10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은 IT, 자동차부품, 섬유산업 등의 인프라와 탄소 융복합 부품산업 기반이 잘 조성돼 있다. 경북의 탄소소재 생산 및 응용 부품기업도 도레이첨단소재, 포스코켐텍, LG실트론, 코오롱플라스틱, OCI, 씨알텍, 진양특수강, 극동씰테크, 신영, 일지테크, 엠에스오토텍, 아진산업, 에이티씨 등 63개사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편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부품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적용해 경량화에 나서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2013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소재를 차체에 적용해 경량화한 전기차 'i3'를 선보인 뒤 다른 차종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차체 천장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적용해 무게를 줄인 신형 쏘렌토를 출시했다.
경북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신영, 일지테크, 엠에스오토텍, 아진산업, 에이티씨 등은 연구개발을 통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적용한 시제품을 제작해 강도와 내구성 시험을 하고 있다.
◆탄소 복합재 적용 항공부품 생산 계획
영천에서는 탄소 복합재를 이용한 항공부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조성을 담당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는 탄소 복합재를 활용한 항공부품 개발 및 생산을 추진 중이다. 항공전자부품에도 탄소 복합재를 적용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가 구축되면 항공부품 시험평가와 함께 항공기업도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황영하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장은 "탄소 복합재를 이용한 항공부품 생산과 관련 아이템을 찾고 있다"며 "항공기 부품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탄소 복합재 적용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천 민병곤 기자 minbg@msnet.co.kr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키워드 탄소산업=탄소 원료(원유, 가스, 석탄)로부터 탄소섬유, 인조흑연,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탄소계 소재를 생산한 뒤 항공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전기로, 태양전지에 적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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