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 스님의 대장경 복원 지켜보니…

경판 1개에 600자 넘어, 일일이 한글-한자 변환해 입력

컴퓨터로 대장경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수성 스님.
컴퓨터로 대장경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수성 스님.

수성 스님의 대장경 복원작업은 수행보다는 고행에 가까웠다. 보통 경판 하나엔 한문 수백 자가 서각돼 있다. 이 글자들을 일일이 한글-한문으로 변환한 후 대장경의 틀에 맞춰 입력을 한다. 입력이 끝나면 대장경 원본과 똑같이 행수를 맞추고 주석을 다는 2차 편집에 들어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경전과 대장경판은 거의 복제 수준으로 똑같아진다.

가끔씩 곤경에 빠지는 일들이 생긴다. 컴퓨터에 없는 한자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와 700년 이상 시차가 나 한자의 운용과 어법에서 차이가 난다.

컴퓨터 자전(字典)에 없는 글자는 쪽자를 한다. 쪽자란 한자 두 개를 조합해 한 글자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렇게 초판이 완성되면 원고와 대조, 교열을 거친다. 최근에 월운(月雲, 동국대 역경원장) 스님이 교정을 자청해 교정 감수에 대한 일손을 크게 덜게 되었다.

보통 1개의 경판은 23행 14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석까지 합치면 600자가 넘는다. 이렇게 수작업을 거쳐 4시간 만에 경판 1개가 완성됐다. 비로소 스님은 찻잔을 들며 길게 한숨을 내쉰다. 8만1천258분의 1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한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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