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 / 데버러 럽턴 지음 / 박형신 옮김 / 한울아카데미 펴냄

사람마다 그 모습이 제각각이듯 식성도 똑같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살아온 과정 역시 각자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떤 음식을 선택해 먹기까지는 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리고 그 취향은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해주고, 또 다른 어떤 집단과 구별 짓게 한다. 먹는 행위 역시 살아가면서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형성되고 다듬어지는 사회화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미네랄워터인 에비앙은 수도꼭지나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이 아닌, 고급 생수의 지위를 만들어냈다. 가격이 비싸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이 아니라는 것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거든다. 푸아그라를 먹어봤다는 말 속에서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를 먹었다는, 자신이 그런 걸 먹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자부심이 어딘지 모르게 풍겨난다.

음식은 하나의 문화 '상품'이다. 우리는 단지 영양과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문화적 가치도 함께 먹게 된다. 결국 나는 남과 다른 나임을 표현하기 위해서 남과 다른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몸은 음식의 영양소 덕분에 구성되고 움직이며, 우리가 먹는 것은 우리의 건강과 몸의 형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먹는 것을 통해 형성되는 우리의 몸은 타인에게 나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몸매 관리에 늘 신경을 쓰고 사는 것이다. 1996년에 처음 출판된 이 책은 음식이 몸과 자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연구해 정리했다. 음식 먹기의 사회학과 감정 사회학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336쪽, 3만6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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