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슴으로 낳은 딸 하늘이 준 선물" 늦둥이 입양 구빈건 목사 가족

"이미 자녀가 셋인데 왜 힘들게…" 주변의 만류 딛고 한가족 결심

구빈건
구빈건'박혜정 씨 목사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예온이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구빈건 목사 가족사진.
구빈건 목사 가족사진.

"예온이는 하늘이 우리 가족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입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 '사랑이 꽃피는 교회' 구빈건(47) 담임목사 가정에 3년 전 가슴으로 낳은 늦둥이가 생겼다. 이들은 2012년 여름, 생후 6개월이던 예온(3)이를 한 식구로 맞아들였다.

지금은 예온이가 엄마'아빠'언니'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구 목사 가정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신학교 3학년 때 결혼해 어린이, 청년 사역에 관심을 가져온 구 목사 부부는 6년 전쯤 '우연히 잉태되는 생명은 없다. 모든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는 평소 철학에 따라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입양을 결심했다. 그러나 구 목사 부부의 입양 결심이 주변에 알려지자 격려해주는 이는 없고 하나같이 만류하는 이들뿐이었다.

게다가 입양 전 건강검진에서 예온이의 심장에 작은 구멍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들 '자녀도 이미 셋인데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며 모두 말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구 목사 부부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구 목사의 자녀들이 부모의 결심에 힘을 보태며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각각 군인, 대학생인 20대 아들 둘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삼 남매가 '입양은 사랑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귀한 일'이라며 부모를 격려했다.

구 목사는 "예온이를 딸로 맞을 때까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며 "예온이가 자라면서 외모와 성격 모두 엄마를 빼닮아가는 걸 보면 운명 같다"고 말했다.

예온이가 이 가정에 온 뒤부터 남매들의 우애도 더욱 돈독해졌다. 예온이의 신발, 장난감, 옷 대부분은 오빠, 언니가 용돈을 모아 사준 것이다. 심지어 군 복무 중인 첫째 아들은 막내가 눈에 밟혀 입대까지 늦췄을 정도다.

또 남매는 예온이의 성장 과정을 사진, 영상 등으로 남긴 뒤 먼 훗날 예온이에게 줄 '성장 선물'도 준비하고 있다. 막내가 생긴 뒤 더욱 밝아진 가족 분위기 덕분에 이들 삼남매도 훗날 가정을 꾸리게 되면 '아빠, 엄마처럼 자녀를 꼭 입양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구 목사 교회의 청년 중 일부도 이 가정의 아름답고 화목한 모습을 보면서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을 정도다.

구 목사 부부는 올해나 내년쯤 3, 4살 터울의 여자아이를 한 명 더 입양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예온이 또래의 자매를 만들어주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사람들은 입양이라고 하면 '친자식도 키우기 힘든데 어떻게 내가 낳지 않은 자식을 키울 수 있을까'라며 걱정부터 합니다. 하지만 내 자식으로 맞는 순간 배로 낳은 아이나 가슴으로 낳은 아이나 사랑의 크기는 똑같아집니다. 예온이 덕분에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과 사랑의 참모습을 알게 돼 오히려 감사합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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