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대통령, 공무원연금 개혁은 왜 하자고 했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10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상당히 미흡하다"면서도 여야에 재논의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한다. 김 수석은 이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제외한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국회에 촉구하면서 "5월 임시국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공무원연금 처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이 입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도 밝혔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 뜻의 전달자다. 그래서 그의 말은 곧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은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당초 취지와 목적에 전혀 근접하지 못했는데도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이다. 미흡하다면 당연히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여야 합의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뭐가 급해 개혁도 아닌 개혁안의 신속한 국회처리를 촉구하는지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 대통령이 들고 나왔다. 이에 국민은 박 대통령의 개혁 의지에 박수를 보냈다. 적자 보전을 위해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은 대표적인 비정상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 하나만 이뤄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왔다. 청와대의 '개혁 꼬리 내리기'는 이 모든 기대와 찬사를 일거에 무너뜨린다. 이렇게 할 거면 뭣 하러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에 대해 "국회가 처리 시한을 지킨 건 의미가 있지만, 개혁 폭과 속도가 국민 기대 수준에 못 미친다"고 했다. 잘했다는 것인지 못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화법이다. 여야는 처리 시한은 지켰지만 공무원연금이 안고 있는 문제는 그대로 남겼다. 무엇이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부터 확고한 의지가 없으니 어느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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