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사회생활을 할 나이, 30대 중반의 박성규(35) 씨. 그의 몸은 온통 붕대로 감겨 있다. 지난해 집에 불이 나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10번이 넘는 수술을 거쳤지만 성규 씨는 여전히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곁을 지키는 어머니는 성규 씨의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나오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힘겹게 살아온 아들의 앞길이 더 힘들어질 것만 같아 먹먹하다. "몸이 불편해도 저 혼자 살아보겠다고 그렇게 힘내서 살았는데…. 제발 포기하지 않고 살아만 줬으면 좋겠어요."
◆장애가 있어도 항상 꿋꿋했던 아들
한적한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성규 씨의 부모님은 똘똘한 아들을 얻으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아들 성규 씨가 4살이 되던 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힘든 시기를 맞았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아들은 정상적인 사고와 생활을 할 수 없을 거란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들을 둘러업고 매일같이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다녔다. 새벽 6시면 집을 나서 2, 3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으로 돌아오면 밤 11시가 돼 있었다.
7년간 아들을 업고 다닌 어머니의 정성 덕분인지 10살이 됐을 무렵 성규 씨는 혼자서 걸을 수 있게 됐다. 오른쪽 다리가 왼쪽에 비해 얇고 약해서 걸을 때마다 절뚝거리기는 했지만, 가족에게는 그조차 기적이었다.
학습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병원의 진단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성규 씨는 일반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냈다. 불편한 몸으로 학교에 다니는 성규 씨는 항상 놀림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일찍 철이 든 성규 씨는 학교에 다니는 걸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놀림당하고 힘들어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어머니는 아픈 가슴을 움켜잡아야 했다.
힘들게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친 성규 씨 앞에는 또 한 번 넘기 힘든 산이 있었다. 몸이 불편한 성규 씨를 써줄 만한 직장이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좀 쉬라며 아들을 위로했지만, 착한 아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러 다녔다. 다행히 그를 고용하겠다는 한 주유소가 있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유소였는데 성규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하면서 출근했어요."
◆아들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앗아간 화재
주유소에서 근무한 2, 3년간 성규 씨는 부지런하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주유소 사장은 다른 지역으로 주유소를 옮기면서 성규 씨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 20대 중반의 성규 씨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독립하게 됐다. 어머니는 걱정이 앞섰지만 홀로 지내보겠다는 아들이 대견했다.
그러던 지난해 초, 일을 하고 돌아와 혼자 잠들었던 성규 씨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성규 씨가 잠든 사이 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것이다. 방에 누워 있던 성규 씨는 바닥에 대고 있던 등만 제외하고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병원으로 달려온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아들 옆에서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둬서 그런 사고를 당했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자꾸 힘든 일만 생기는 성규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그냥 눈물만 나왔죠."
사고 이후 두 달 만에 의식을 회복한 성규 씨는 비명을 질러댔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은 화상으로 뒤덮여 있었고, 뜨거운 불에 손가락마저 녹아버려 열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지 왜 살렸냐'는 아들의 외침에 또 한 번 가슴을 쳤다.
지난 1년간 10번이 넘는 수술을 거치는 동안 성규 씨는 부모님 걱정을 먼저 하는 듬직한 아들로 돌아왔다. 고통스러운 수술과 치료과정에서도 어머니에게 아프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 아들이다.
제발 아들의 목숨만 살려달라고 간절하게 빌었던 어머니는 이제 아들의 미래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힘겨워하고 있다. "평생 제가 돌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저도 남편도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에요. 남편은 몇 년 전 위암 수술까지 받았고 저도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돈을 벌어올 사람도 없는데 화상 치료에는 워낙 비용이 많이 든다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갑갑하죠."
글'사진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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