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제2청사 논란] <상> 멀고 먼 제2청사 건립

'새 집' 가기 바쁜 지사님, 제2청사 약속 잊었나요?

경북도청 안동
경북도청 안동'예천 이전이 하반기로 다가왔지만 경북도가 당초 약속한 동해안 제2청사 설치는 감감무소식이다. 경북도청 제2청사 건립을 요구하는 동남권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북도청 제2청사, 도대체 언제 짓는 겁니까?"

경북도청 안동'예천 시대를 앞두고 또다시 제2청사 논란이 일고 있다. 도청에 이어 경찰과 선관위 등 관련 기관의 이전까지 줄줄이 발표된 반면, 당초 약속한 제2청사 건립은 아무런 기미조차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남권의 신도청 접근성을 위해 발표한 도로 개선 계획마저 여전히 지지부진해 제2청사 건립을 요구하는 지역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경북도의 시간 끌기 전략?

지방자치법 등 현행법에서는 인구 800만 명 이상의 광역시'도에서만 제2청사 건립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제2청사를 두고 있는 곳은 경기도 북부청사(의정부)가 유일하다.

그러나 김관용 도지사는 지난해 선거 당시 "동남권에 출장소만 설치하면 환동해권의 도약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동해안발전추진단을 동해안발전본부로 격상시키고 권한을 대폭 강화해 환동해경제권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도지사가 말한 환동해발전본부는 2급 공무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출장소의 상위개념 기관이다. 현행법상 경북도는 3급 공무원이 맡는 출장소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경북도는 환동해발전본부를 우선 설치하고 앞으로 동해안독도 부지사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법 개정은 경북도의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 현재까지 경북도가 중앙정부와 국회에 법 개정 요구를 한 흔적은 없다.

지난해 7월 경북도는 당초 약속대로 기존 동해안발전추진단을 동해안발전본부로 개편했지만, 지난 2013년 11월 처음 출범했을 때와 조직 구성 및 인력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조직이 '격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경북도는 안동'예천으로의 청사 이전에만 신경을 쓸 뿐, 제2청사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포항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시민단체들은 2018년 3선 임기 마무리를 앞둔 김 지사가 시간만 끌고 있다는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포항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입법만을 운운하면 도대체 언제 실행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시간을 끌다 새로운 도지사로 교체되면 제2청사 문제는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선거가 끝나고 나니 제2청사 건립은 신청사 이전 계획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다"고 했다.

◆멀고 먼 신(新)도청

경북도는 지난 2008년 6월 안동'예천의 접경지로 신청사 부지를 낙점하고 올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신청사 시대가 개막하면서 기존 대구 청사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포항, 영천, 경주, 영덕, 울진 등은 도청까지의 거리가 기존 1시간 거리(승용차 기준)에서 최대 2, 3시간가량 멀어지게 된다. 이들 지역은 국도와 고속도로를 두세 번씩 갈아타야 신청사에 갈 수 있다.

경북도는 신청사와의 소통을 위해 1조2천456억원을 들여 안동~신도시, 예천~신도시, 포항~신도시 등 7개 도로의 신설을 발표했다. 이 도로가 개통되면 포항에서 도청 신도시까지의 거리는 현재와 큰 차이가 없는 2시간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개 도로 중 올해 내 완공이 예정된 곳은 안동~신도시를 잇는 5㎞ 도로 1곳뿐이다. 7개 도로가 모두 개통되는 시기는 2027년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돼 동남권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동남권 소외감 가중

도청 이전과 함께 경북도교육청'경북지방경찰청 등 유관기관 또한 내년까지 신청사 부지의 입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도 유관기관은 모두 219개이며 이 중 경북 전역에 산재한 69개 기관을 제외한 대구지역 90여 곳이 이전을 추진 중이다. 나머지 40곳은 아직 이전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도청과의 업무 연관성을 생각하면 이전 기관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처럼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도청 및 유관기관의 잇따른 이전은 특히 동남권지역의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경북지역의 행정 수요는 인구 규모가 큰 동남권에 많이 몰려 있다. 경북도 통계를 살펴보면 경북의 총 인구 수는 270만794명이며, 이 중 45.8%3인 123만7천514명(포항 51만9천368명'경주 26만1천535명'경산 25만3천968명'영천 10만689명'울진 5만2천104명'영덕 3만9천586명'울릉 1만264명)이 동남권에 살고 있다. 포항은 동남권지역 중 유권자 수가 가장 많아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도청 제2청사 문제는 지역 정가의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 모든 후보가 제2청사 건립을 약속했으며 현 김관용 도지사 역시 제2청사의 기능을 수행할 별도 기관 설립을 피력했다.

◆구체적 방안 내놓아야

동남권지역 전문가들은 제2청사 건립이 신청사 이전과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청사 시대 개막과 함께 제2청사 기관이 운영을 시작해야 동남권 주민들의 행정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동대학교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 구자문(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소장은 "동남권지역 주민들의 요구는 도청을 대신할 거창한 권한이나 상위 기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청을 대체할만한 최소한의 기능이면 충분하다"면서 "새로운 청사를 짓고 새 부서를 창설하는 것보다 기존의 경북도 기관을 일부 활용해 각 지자체 청사에 입주하는 형태의 출장 기관부터 먼저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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