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충만한 요즘, 거리를 거닐기 좋은 시기이다.
대구와 경북을 수호하는 50사단으로 전입한 장병들에게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에 대해 알아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자, 지난 4월 초 대구 근대역사'문화탐방을 진행했다. 대구 근대골목을 구석구석 걸어보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역사의 현장을 눈과 머리에 담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과거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저택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미가 섞여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었다. 일제가 무너뜨린 대구 읍성의 돌들이 저택의 기초로 쓰였기 때문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 한편이 무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잘 보존되어 후손들이 보고 배울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택 건너편으로 작곡가 박태준 기념비가 서 있는 청라언덕에 도착했다. 기념비에는 그의 대표작인 '동무생각'이 새겨져 있었다. '동무생각'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맴맴' '오빠생각' 등 많은 곡들을 작곡한 박태준 선생이 바로 50사단가를 작곡했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잠시 사단가를 불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군복을 입고 다 함께 사단가를 부르니, 애대심과 소속감이 느껴졌다. 잠시 기념촬영을 한 후, 해설사를 따라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3'1만세운동길에 도착했다. 독립운동 당시의 모습을 표현한 벽화 앞에서 다 함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비탈진 언덕길을 힘차게 올랐다. 언덕 위에서 좁은 길을 따라 펄럭이는 작고 수많은 태극기들을 바라보니, 품속의 태극기를 꺼내어 흔들던 벽화 속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벅찬 감동이 느껴졌다.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언덕을 내려가 계산성당을 거쳐 약령시에 도착했다. 약령시라는 이름대로 골목 입구부터 한약재의 알싸한 향기가 가득했다. 약령시에 위치한 한의약박물관에서 다양한 약재를 직접 만져보고 향을 맡으며 체험했다. 관람을 마친 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쌍화차를 한 잔씩 들며 쌀쌀한 바람에 움츠러들었던 몸을 녹일 수 있었다. 한결 가뿐해진 걸음으로 다음 장소인 대구시내 중심부로 향했다. 점점 낯익은 점포들과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영남대로, 종로 그리고 '긴 골목'이라는 뜻의 진골목을 차례로 지나 마지막 목적지인 대구근대역사관에 도착했다.
과거 한국산업은행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대구근대역사관에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옛날 버스를 모티브로 한 시청각실이었다. 화면 속 버스안내원이 근대 대구 시내 모습을 재현한 골목길을 구석구석 안내해줬다. 특히, 각 장소마다 얽힌 사연 하나하나를 대구 사투리로 안내해주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역사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봄을 알리듯 역사관 뜰 안 곳곳에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만개한 꽃길을 한 바퀴 걸어보는 것을 끝으로 근대역사'문화탐방을 마쳤다.
이번 대구 근대역사'문화탐방은 근대역사와 문화를 타임머신을 타듯 길고도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단순한 관람이 아닌, 체험이 곁들여진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장병도, 타 지역에서 온 장병도, 모두가 직접 두 발로 걸으며 자신이 수호하는 고장에 깃든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50사단은 새로 전입하는 간부'가족'병사들을 대상으로 월 1~3회씩 꾸준히 대구 근대역사'문화탐방을 시행할 계획이다. 근대골목 곳곳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안내해 주신 장상남 해설사님과 협조해 주신 대구시 중구청에 감사드린다. 강철!
임지영(육군 중위 제50보병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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