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김 지사의 두 마리 토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를 사적으로 만나면 정말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투리가 섞인 투박한 말솜씨를 보면 마치 옆집 아저씨와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단상에 오르면 김 지사의 말과 태도가 확 달라진다. 단상에 오를 때에는 걷지 않고 뛰어오른다.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패기까지 엿보이는 장면이다. 농담을 섞어가며 구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설을 할 때에는 역시 관록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청 공무원들이 김 지사 앞에서는 '호랑이와 마주앉은 토끼'처럼 두려워하고 잘 따르는 것도 관록의 힘인지 모르겠다. 김 지사는 열정과 리더십을 갖춘, 전국에서 보기 드문 단체장이다. 기초단체장 3선, 광역단체장 3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분이다.

그런 김 지사도 요즘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안동'예천으로의 청사 이전을 앞두고 많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진척도, 신도시 명칭, 안동'예천의 갈등, 공무원노조 반발 같은 난제가 한둘 아니다. 도청 이전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가. 경북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이전사업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고심이 무척 클 것이다.

경북도청 이전은 김 지사의 최대 치적으로 남겠지만, 잘못 했다간 최악의 실정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도청을 옮기려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었다. 이런저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임기 내에 도청 이전을 완료하려고 하니 갖가지 오류가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도청은 결국 옮겨질 것이고 북부권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도청 이전을 싸늘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이 있음을 알고나 있을까. 도청 이전으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동남권 주민들이 바로 그들이다. 포항'경주'영천 지역은 경북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신(新)도청으로 가려면 2시간 이상 걸린다. 도청 가는 것보다 KTX 타고 서울 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동남권 주민들이 앞으로 경북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너무나 분명하다. 경북도에 대해 좋은 말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경북도의 기능 일부를 이관한 제2청사 건립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선거 당시 올해 내 환동해발전본부를 이전하고 내년 이후 제2청사 건립을 약속했다. 경북도에 확인해보니 제2청사 건립 계획은 하나도 진척되지 않았고, 예산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 김 지사의 약속과는 달리, 모두 제2청사 문제를 잊어버린 듯했다. 본 청사 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제2청사 문제를 입 밖에 낼 간 큰 공무원은 아무도 없다.

경북도가 북부권과 동남권 주민들을 함께 만족하게 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마라'가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라'가 바로 그것이다. 본 청사 이전을 원활하게 추진하되 제2청사 건립에도 함께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지역은 축제 분위기이고 다른 지역은 냉소적인 분위기라면 도청 이전이 경북도 전체의 축복이 될 수 있을까. 김 지사가 약속한 바를 지키면 동남권 주민들의 소외감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통 큰 결단을 잘 내리는 김 지사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도청 이전을 앞둔 북부권 주민들에게 딴죽을 걸려는 것이 절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북부권 주민들이 혜택을 받는 것만큼 동남권 주민들에게도 다소나마 불편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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