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비결서인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 천하명당마을(전국 6개도 10곳)과 경북 북부지역 오지(奧地)마을들이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 청정 자연환경, 지역 특산품 등을 상품화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들고 살기 불편한 오지라는 단점에서 벗어나 웰빙, 힐링 등 바람을 타고 친환경 청정지역으로서의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십승지, 오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상생과 협력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는 등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영주 금계리 마을…인삼 절편·사과·한우 '건강 먹거리' 육성
십승지 중 1승지로 손꼽히는 영주 풍기읍 금계리는 풍기인삼이 처음 재배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1542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소백산에서 채취한 산삼씨를 심어 인삼재배에 성공했다. 이후 풍기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금산, 개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삼재배지가 됐다.
이곳 사람들은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북에서 내려와 삶의 터전을 일군 사람들이다. 이들은 십승지 브랜드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십승지 마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꾸러미세트로 개발, 판매하고 있다. 금계리 주민들은 인삼 절편과 사과, 한우 등을 대표 먹거리로 판매한다.
십승지 꾸러미세트는 천하세트(예천 금당꿀, 영월 고춧가루, 무주 호두)와 명당세트(상주 건오미자, 봉화 적두, 부안 뽕잎가루), 승지세트(풍기 인삼절편, 공주 수수, 합천 건보리수) 등이다.
영주 마경대 기자
◆예천 금당실 마을…금당꿀·한과 등 '온라인 마케팅' 불티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마을은 조선 태조가 전쟁이나 천재지변에도 안심할 수 있는 오지마을로 여겨 도읍지로 정하려 했던 십승지 중 하나다.
지난 2003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은 주민 7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마을소식을 전하고 있어 소득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금당꿀과 금당 한과, 금당 한우, 금당미, 반서울 된장, 고춧가루 등 농'특산물은 십승지공동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금당실의 멋과 맛을 살린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안준식 금당실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은 "금당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놀이공원이 없지만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가족 간의 정,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살아 있는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예천 권오석 기자
◆상주 우복동 마을…정감록 길지 배경 '이야기나라 숲' 조성
상주시는 우복동 일대 14만1천427㎡에 372억원을 들여 '거꾸로 옛 이야기나라 숲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 사업은 수려한 자연풍광과 정감록 십승지인 우복동(牛腹洞)이라는 길지(吉地)를 배경으로 한 이색 관광자원 개발사업으로, 건강(나이를 거꾸로)과 음식(먹을거리를 거꾸로), 숙박(집을 거꾸로)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3대 문화권사업 문화생태관광기반 전략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출발했다. 상주시는 2017년까지 이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거꾸로 옛 이야기나라 숲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동시에 제공하게 된다"며 "관광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십승지 마을 최고의 관광명소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영양 검마산 휴양림…숲속 도서관서 즐기는 '금강송 산림욕'
영양군 수비면 신원리에 조성된 검마산 자연휴양림은 오지 마케팅을 특화시킨 곳으로 탈바꿈했다. 2013년부터 'TV 없는 자연휴양림'으로 특화시켰다.
TV가 사라진 휴양림에는 바람과 물, 새소리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제대로 된 휴식의 장소가 되고 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이곳에다 '작은 숲속 도서관'을 지어 각종 책을 빼곡히 채워넣었다.
지난해 4월에 문을 연 99㎡ 규모의 숲속 도서관에는 교양'아동'자연'여행'소설'수필'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책 2천800여 권이 들어차 있다. 자작나무가 실내를 따스하게 하고, 아이들이 엎드리거나 누워서 친구들과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50여 명이 동시에 책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검마산 자연휴양림 곳곳에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들이 비치돼 있다. 금강송 숲으로 빼곡한 1천여㎡ 규모의 산림욕장에 자리한 나무 의자에는 휴양객들이 삼삼오오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영양 엄재진 기자
◆영양 수하계곡…은하수 벗 삼아 반딧불이 날아오른다
영양군은 경북 최고 오지로 손꼽히는 수비면 수하계곡 일대를 다양한 생태공원 지역으로 가꾼다.
지난 2005년 수비면 수하2리 심천마을과 송방마을 일대 193만8천529㎡가 '반딧불이생태체험마을 특구'로 지정받았으며, 올해는 이 일대 밤하늘을 '국제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청정 환경의 상징인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학술연구와 생태보전 메카로 활용되고 있다.
'밤하늘 보호구역(공원)'은 국제 민간비영리단체인 '국제밤하늘 보호협회'(IDA'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가 지구촌에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청정 생태관광지로 지정하는 곳이다. 지난 2001년부터 세계적으로 19곳만 지정됐고, 아시아에는 한 곳도 없다.
수하계곡 밤하늘의 보호공원 지정은 '밤을 주제로 한 체류형 관광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시각적 체험과 야외 체험 등 '낮'을 중심으로 한 관광에서 '밤' 관광산업화로 체류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게다가 현대 여가의 중심축인 가족 단위, 동호회 등 캠핑족과 연계하면 관광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양 엄재진 기자
◆청송 얼음골…60m 폭포 물줄기 캠핑족 발길 끌어
청송은 안동과 영양, 영덕, 영천, 포항 등과 인접해있지만 산을 넘지 않고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청송 읍 소재지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들어가야 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얼음골'이다.
청송군 부동면 항리에 위치한 얼음골은 이름처럼 청송에서 가장 추운 곳이다. 한여름에도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고 오히려 서늘해 마치 얼음이 얼 것 같아서 얼음골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얼음골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큰 인공폭포가 있다. 높이 60m, 폭 100m의 거대절벽 정상에서 바닥으로 내리꽂는 물줄기가 보는 사람의 속까지 후련하게 만든다.
절벽 맞은편에는 소나무, 잣나무 숲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몰고 와 야영객들의 숙소로 안성맞춤이다. 최근 얼음골 주변에는 기존 도로를 따라 산책로가 정비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걷기에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자연 그대로를 지키고자 모든 곳에서 취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매년 1월이면 얼음골 절벽에 물을 뿌려 빙벽을 만들고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연다. 세계 정상급 클라이머들이 빙벽을 오르며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청송 전종훈 기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